[세종포럼 종합세미나] 제2부 : 2022 한국 외교 혁신: 핵심 과제와 해법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8 01: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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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토론 : 김인배(환타임스 대표)
전상천(언론인, 전 경인일보 부장)

 

 

[2021세종포럼 종합세미나] -2021.11.18.()

 

2: 2022 한국 외교 혁신: 핵심 과제와 해법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 북한이 우리의 선한 노력으로 결국 핵을 포기할 것이다?

-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과대평가

- 선한 외세가 있다는 착각?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이중기준?

-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은 우리의 숙명?

- 중국이 중요하고 두려워서 미국을 선택할 수 없다?

- 러시아는 한물간 나라로서 중국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 언제까지 강대국의 주니어파트너 지위에 자족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한국 외교에 두드러진 현상은 중국에 대한 한국의 핀란드화 (Finlandization) 현상, 한미동맹으로부터 거리 두기, 대일 관계의 심각한 훼손, 대러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몰입하다 보니 한국 외교가 북핵 외교의 볼모가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한미동맹의 약화 내지는 미국의 불신을 초래하였다. 또한, 과거 역사에 대한 편향적인 기억에 더하여 정략적인 동기에서 맹목적인 일본 때리기로 일관하여 국익을 훼손하고 외교적인 부담만 떠안게 되었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대러시아 관계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현 정부의 외교 기저에는 민족주의 및 자주노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민족주의와 자주노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러한 사고가 뒤틀린 역사인식과 결합함으로써 야기된 오류를 짚어 보고 이를 극복하는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물론 2022년 대선에서 어느 정치세력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있겠으나 한국 외교가 국익 관점에서 정상궤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현실적인 또는 부정확한 관념과 인식을 극복하여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우리의 선한 노력으로 결국 핵을 포기할 것이다?

 

현재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이미 실패한 트럼프 행정부 때의 빅 딜, 현재 문재인 정부가 시도하는 점진적 미시적 딜(deal), 그리고 미시적 딜이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 미들 딜(middle deal) 등이 있다. 그런데 어떤 접근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앞서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국제정치의 상식으로 볼 때 북한은 세습체제의 유지가 지상목표이므로 한국이나 미국이 어떤 제의를 하든지 북한은 핵 포기가 자신의 체제에 위험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수용하기가 어렵고 단지 시간만 끌면서 대가를 챙길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북한의 세습체제가 유지되느냐는 미국과 같은 외부세력의 안전보장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 달려있다고 본다. 북한이 극단적으로 비타협적인 노선을 걸으며 주민들을 굶주림과 두려움이라는 무기로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겠지만 북한이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에도 북한 정권의 위기를 늦추는 효과는 있으나 부분적일지라도 대외개방과 협력은 결국 체제 불안 요인이 될 것이다. 번영을 누리는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위협으로 느끼는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진퇴양난에 빠져 한국에 대해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어설픈 퍼주기식 대북 유화정책을 지양하고 군사적인 충돌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동시에 단지 현재의 김정은 체제를 연장해 주는 접근법이 아니라 북한 내부적 힘에 의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가 일어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 북핵 해체는 국제정치의 상식으로 볼 때, 그리고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불가능한 목표인데 80년대 학생 운동권의 낭만적 민족주의적 감성으로 북한에 매달리는 것은 우리 자신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역으로 북한에 당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북한 비위 맞추기를 고집하다 보니 성과는 없고 동맹국들과의 관계만 뒤틀리고 있다. 종전선언 추진은 다가오는 대선을 의식한,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의 보여 주기 노력일 뿐이다. 집권여당도 정상적인 셈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종전선언이 허망한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종전선언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반도 평화 증진을 가져다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소홀히 하고서는 통일된 한민족 국가도 달성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과대평가

 

북한과 중국이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고 해서 실제로 양국 관계가 강철같이 단단한 것은 아니다. 북한은 중국이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신뢰할 수 있는 맹방 리스트에 들어 있지 않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도 위협을 느끼고 있다. 중국의 뜻대로 북한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간 북·중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2차례 진행되는 기간에 시진핑은 3차례 김정은을 중국으로 초청하였고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역사상 처음 평양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이는 혹시나 김정은-트럼프 간에 깜짝 딜이 이루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한 중국의 초조함과 조바심의 발로였다. 실제로 미국 조야에서는 한반도 내 2개 친미국가론이 대두하기도 하였다.

 

선한 외세가 있다는 착각?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이중기준?

 

현 정부는 마치 우리나라의 역사가 100여 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최근세사에서도 19세기 말 이래 풍전등화의 신세였던 조선에 대해 침략 야욕을 보이지 않았던 강대국이 어디 있었던가? 당시 청나라는 자국에서 열강들이 판을 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선 지배를 획책하였지만 일본과의 전쟁에서 져서 꼬리를 내리고 물러났고 일본이 뒤이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하여 조선 지배의 마지막 승자가 되었을 뿐이다. 최근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는 일본이 청과 러시아라는 도전세력을 물리치고 사실상 조선을 놓고 벌이는 게임에서 최종 승리를 굳히는 단계에 있었던, 미국의 양해를 문제 삼았다. 그런데 그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군과 유엔군이 북진하는 과정에서 중공이 소위 인민지원군이라는 뻔한 허울을 씌워 수십만의 군대를 보내 결정적으로 남북통일을 좌절시킨 죄과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가? 오히려 문 대통령은 한·중 양국이 반제국주의 투쟁에 있어서 동지적 관계라고 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어떠한 적대감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이제는 지지 않겠다며 마치 허상을 좇는 돈키호테식 대일 외교를 강행하여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 및 재무장에 대해서는 그토록 경계하면서도 중국의 군사대국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데 과연 이것이 현실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는가? 더욱이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결코 대한민국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이한제한(以韓制韓)임을 알면서도 중국에 허망한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현 정부의 정책은 기이하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은 우리의 숙명?

 

·중 갈등 상황에서 소위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는 것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2019년에 중국 시장이 우리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여 중국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90년대 초까지 중국 시장 없이도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누려왔는데 지금은 중국 없이는 안 된다는 말은 논리적이지 않다. 실제로 대중 수출의 대부분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제3국으로 수출하기 위하여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또는 중국기업들을 위한 원부자재, 반제품 및 자본재가 주를 이룬다. 상당한 규모의 대중 수출 및 무역 흑자는 결코 중국의 한국에 대한 호의나 선의에 따른 것이 아니다. 한국이 아직도 일본과의 교역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한국의 일본에 대한 호의 때문인가?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것이나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다. 또한, 값싼 노동력의 제공처인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 및 동남아 등 다른 지역이 존재한다. 이미 우리 대기업들은 탈중국 하였고 지금도 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결코 우리의 숙명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며 우리가 마음먹으면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중요하고 두려워서 미국을 선택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조차도 동맹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이 1950년대 이래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으면서도 미·중 패권 경쟁 상황에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 및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 나아가 중국의 압박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며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다고 한다. 왜 우리는 중국을 혼자서 상대하려 하는가? 중국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면서도 미국이 동맹으로서 자기편에 서라고 하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심지어 중국 편에 붙고 싶지만 미국 눈치를 보느라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현 정부 인사들의 대중국관을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진정으로 중국이 두려우면 당연히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하는데, 반대로 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밖에는 볼 수 없다. ·중 대결에서 중국이 이길 것으로 예상하거나 중국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현재 세계의 대세를 보면 중국이 대만을 기습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초반에 승기를 잡을지는 몰라도 미국이 이미 만들어 놓은 중국 포위망을 보면 중국은 국가 자체를 존망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중 패권 대결에서 누가 승자가 되는 것이 우리에게 이로운가?에 대해 답을 생각해 보면 한국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러시아는 한물간 나라로서 중국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군사 대국이고 자원 부국이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이다. 또한, 원천기술 측면에서 세계 상위권이어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파트너로서 서방 선진국 못지않은 나라이다. 남북통일을 지지하며 북한 급변사태 시 중공군의 북한 진입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서 남북통일의 우군이 될 수 있는 나라이다. 다만 러시아가 우리에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우랄 산맥 동쪽에 인구가 희박한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의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전략적 결단을 하고 극동 시베리아 지역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러시아로부터 우리가 반대급부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많다. 또한,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서의 한러 간에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앞선 정부도 그러하였지만 문재인 정부도 초기에 변죽만 울리고 대러 협력을 질적 양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한편 한국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동맹에 준하는 관계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으나 한마디로 말해 양국 관계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며 북한에 대한 양국의 이해관계도 전적으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그간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고위인사들의 발언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중국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과감한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가 중국에 대해 위협을 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미·중 사이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과연 러시아가 중국 편에 설 것인가에 대해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언제까지 강대국의 주니어파트너 지위에 자족할 것인가?

 

한국은 이제 실질적인 국력 면에서 G7 반열에 올랐다. 그런 나라의 외교치고 한국 외교의 스케일은 초라하다. 우선 세계 질서 형성에 참여하게 되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세계 질서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입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의 통일에만 매달린다고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대북 외교에만 얽매이지 말고 시야를 넓게 가지고 선도국가로서 꿈을 펼쳐야 한다. 이제까지 한국은 다른 지역의 약소국들과는 달리 너무도 외로운 처지에 있었으나 이제 그런 상태를 벗어나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영향권의 확대를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2000년대 한·몽 연합, 범몽골연합, 알타이연합 등이 거론된 바 있는데 우선 터키어권 연합체인 Turkic Council 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21세기에 한국이 웅비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한바 인종적 문화적 친연성을 기초로 하는 연대와 연합 결성으로 세를 불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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