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분노 중독』 -조지 코언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5-03-23 01: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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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의로운 분노’, ‘실패한 분노’, ‘냉소적 분노’, ‘유용한 분노’ 등 4가지로 나눠 분석
-분노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랑처럼 쉽게 해소되지 않아
-이해되지 않은 분노를 극복하기 위해선 자기감정에 대한 깊은 성찰과 타인에 대한 공감, 호기심을 회복해야  

 

     

 현대 사회는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정치권을 필두로 극단적 선동과 혐오 발언으로 물든 공론장, 소셜 미디어에서의 마녀사냥 등 각종 분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분노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문화, 이념, 성별, 계급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며 사회적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저명한 영문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조시 코언 영국 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는 신간 분노 중독(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이러한 분노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 기원과 대처 방안을 탐구한다. 그는 분노를 의로운 분노’, ‘실패한 분노’, ‘냉소적 분노’, ‘유용한 분노등으로 나눠, 문학과 심리학, 역사와 철학을 통해 그 내밀한 기원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분노의 무의식적 방어 기제를 인식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개인의 내면과 사회·정치적 맥락을 모두 아우르며, 분노의 본질을 탐구하는 방대한 지적 여정을 시작한다. 감정의 도가니와 같은 자신의 상담실에서부터 성경과 셰익스피어, 프로이트와 헐크, 트럼프와 툰베리를 넘나들며, 단순히 분노를 나쁜 것, 위험한 것으로 단정 짓는 시각을 뛰어넘는 인간 본성에 관한 근본적 통찰을 펼쳐 보인다.

 

 나는 스마트폰과 텔레비전에서 터져 나오는 뉴스 헤드라인에서 주변 길거리, 친밀한 정신분석 진료 공간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의 모든 차원에서 이른바 분노의 시대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간다. 이 책을 쓰는 것은 이 경험을 이해하고, 인간 존재의 보편적 경험에서든 우리 자신이 발끈하는 순간에든 우리가 어떻게, 왜 분노에 휘둘리는지 생각하는 방법이었다.”(19)

 

 저자는 분노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랑처럼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분노는 공격과 짝을 이루지만, 공격은 분노를 표현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분노는 억압되거나 과장된 친절로 감춰질 수 있으며, 이는 자기 이해와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의로운 분노에 주목하며, 이는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분노는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폭력적일 수 있으며, 무능하고 취약한 자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분노는 억압될 경우 무의식에 남아 정치적 자원으로 악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분노를 완전히 없애거나 관리하는 대신, 분노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분노를 느끼고 이를 표현함으로써, 이를 예술적 창조나 자아 성찰의 도구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분노의 파국적 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공격과 폭력을 부추기는 성난 감정의 정체 

 

 저자는 서론에서 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분노를 재조명한다. 일반적으로 분노를 공격과 동일시하지만, 실제로 공격은 분노를 표출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분노를 삼키거나 과장된 친절로 감추거나 심지어 인식하지 못하게 억압하기도 한다. 반면, 내면의 복잡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자기 이해와 성찰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분노는 반드시 외부 세계에 대한 원초적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우리는 성난 자아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인간 삶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분노는 태어날 때부터 경험하는 욕구와 만족의 간극에서 비롯된다. 요구가 거부되고 불만이 지속될 때, 분노는 무의식에 총체적 무력감으로 새겨진다. 이러한 유아기의 분노는 일생의 여러 단계에서 끈질기게 남아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가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의 분노는 자신과 세상을 파괴한다

 

 저자는 분노의 이면에 있는 유아기

적 무력감을 지적하며, 분노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 번째로 주목하는 것은 의로운 분노(Righteous Rage)’, 이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분노는 뚜렷한 공격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폭력적일 수 있다. 옳음은 무력한 자아를 보호하는 갑옷으로 작용하며, 신생아가 세상에 던져졌을 때 내면화하는 전능 환상과 유사하다. 신생아는 울음을 통해 즉각적인 보호를 받으며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환상을 키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옳음이 인정받지 못할 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내가 옳다는 걸 내가 안다는 확실성의 세계로 도피한다. 저자는 이러한 심리적 배경에서 발생하는 의로운 분노가 어떻게 총기 난사범이나 폭탄 투척범들의 정의 구현 서사로 이어지고, 사실을 왜곡하는 음모론이나 우리저들을 나누는 분열적 사고로 발전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우리는 분노를 완전히 없앨 수 없는 걸까: 분노의 정치적 악용

 

 분노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분노를 억제하거나 긍정적 사고를 강요하는 접근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힌다. 이러한 실패한 분노(Failed Rage)’는 무력감과 우울감을 초래하며, 수동적 공격 등 부정적 방식으로 표출된다.

 

 억압된 분노는 정치적 악용에 취약해진다. ‘세상 다 망해버려라’,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와 같은 구호는 공동체를 결속시키며 모호한 위안을 제공한다. 또한, 극단주의자들은 이를 이용해 외부의 적을 지목하고 폭력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분노는 타인의 고통에 냉소적 반응을 보이며 개인의 강함쿨함을 과시하는 냉소적 분노(Cynical Rage)’로 변질된다.

 

 분노하는 것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다르다분노의 파국적 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법

 

 분노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이며 삶의 필연적 요소다. 이를 다루는 방법으로 저자는 분노를 느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분노 뒤에 숨겨진 불안과 욕망을 인식하고, 이를 표현할 방법을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분노는 예술적 창조의 원동력, 자아와 관계의 균열을 메꾸는 접착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진정한 호기심으로 변모한다. ‘유용한 분노(Usable Rage)’는 충족되지 않은 분노의 무게를 견디는 내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불행과 분노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 쉽다. 비난과 비방, 모욕의 화살들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무작위로 퍼지며 불안과 불신을 증폭시킨다. 이해되지 않은 분노는 우리를 내부에서부터 갉아먹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자기감정에 대한 깊은 성찰과 타인에 대한 공감, 호기심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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