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자신의 몸을 어디에 둘지 까다롭게 골라야 한다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4-01-29 23: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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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과학은 쪼갠다. 지능은 대상을 분해한다. 반면에 마음은 대상을 한데 합친다.
-행복은 들판의 꽃들과 같다. 호박꽃은 그냥 핀 것이다. 그게 자기실현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자신이 해야 할 한 가지를 숙고를 통해 발견하는 자는 언제나 부자다.
-시기하는 사람은 자신이 내뿜는 나쁜 기운으로 결국 자신도 죽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는 파동이 있다. 우리는 파동을 줍는다. 숲에서 나온 치유 파동은 우리의 에너지로 바뀌지만, 콘크리트로 세워진 쇼핑몰과 주차장에서 나온 파동은 에너지를 앗아간다. 에너지가 가득 찬 날에는 질병과 타인의 나쁜 기운에 대항할 수 있지만, 에너지가 저하되면 좌절과 질병이 들러붙는다.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몸을 어디에 둘지 까다롭게 골라야 한다.

 

"욕망의 억제는 소박함()을 통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 소박함을 일깨우는 검소한 차실(茶室)이나, 기도하는 작은 골방 같은 구별된 공간을 갖는 일이다. 사람은 영적인 존재이다. 몸 안에 영혼이 있고, 영혼이 우리를 이끌고 간다. 영혼이 메마르면, 몸도 마음도 메말라 버린다. 영혼이 메마르지 않도록, 지치지 않도록 물을 주어야 한다. 거기서 하는 일이 묵상이다. 그러니까 묵상이 우리의 영혼에 물을 주는 시간이다. 물을 주는 묵상은 골방에서 홀로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품위는 오랜 세월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꼼꼼하게 경험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얻는다. 품위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 그것을 갖춰 보려고 애쓰는 것은 못생긴 여자가 아름다워지려고 애쓰는 것만큼이나 헛된 짓일 것이다. '위대한 개인'은 오랜 세월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꼼꼼하게 경험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얻는다. 그것이 자기만의 골방을 가지고 묵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것을 배워야 한다. 과학은 인간들을 위해 놀라운 일을 해 왔지만 그건 현상의 한 면일 뿐이다. 과학은 쪼갠다. 지능은 대상을 분해한다. 반면에 마음은 대상을 한데 합친다. 마음으로 공감하면 큰 그림이 보이고 가깝게 느껴진다. 마음으로 관심을 쏟으면 즉시 대상과 연결된다.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 무언가를 쪼갤수록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잠시 삶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판단하는 일을 멈추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마음의 평화는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해하고 집중할 때 온다. 그리고 판단중지를 한다.

 

"인간이 복합적인 존재라는 것은, 동일한 정황에서 누구나가 다 동일한 해석, 결정,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각자가의 얼굴과 목소리가 다르듯, 우리 각자는 다른 해석과 결정을 내린다. 그렇기에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등의 표현으로 한 고유한 존재가 내린 결정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가 아니기 때문이다. (...) 알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자의적 판단/심판을 중지하는 것[] 인간됨의 실천이다."(강남순)

 

삶은 항상 문제의 연속이다. 이 연속적인 사건들에 일희일비하는 경솔한 마음으로 반응하면 우리는 불행하다. 행복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에 기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짧은 인생 동안 반드시 성취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그것에 온전히 몰입하는 일상의 수련이 행복이다. 행복은 들판의 꽃들과 같다. 호박꽃은 그냥 핀 것이다. 그게 자기실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짧은 인생 동안 성취해야 할 임무에 몰입되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속한 사회라는 공동체가 부여한 명예나 불명예, 비난이나 찬양은 그에게 한번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그 경계가 사라진다. 모든 것은 잔물결일 뿐이다. 자신을 위해 무엇을 인위적으로 시도하여 이익을 취하려 시도하지 않는다. 그냥 계절 아니, 때에 맞춰서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신의 삶을 더 나은 삶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원칙을 가진 자가 행복하다고 본다. 조심해야 할 일은 행복을 환경이 가져다 주는 상품 만을 본다면, 불행하다.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존재는 제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자신이 해야 할 한 가지를 숙고를 통해 발견하는 자는 언제나 부자이다. 그는 미래에 이룰 자신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을 숙고(熟考)한 적이 없고 행복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아 경쟁에 몰두하는 사람은 항상 가난하다. 그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신의 소유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가난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을 독립적이고 고유한 존재로 보지 않고, 타인과의 가치를 비교한다. 그런 사람은 늘 다른 이를 부러워한다. 부러움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할 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헛된 바람이다. 시간이 흐르면, 부러움이 시기(猜忌)로 변한다. 자신의 고유함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개 하는 행위가 시기이다. 시기하는 사람은 자신이 내뿜는 나쁜 기운으로 결국 자신도 죽게 된다. 나는, 다른 이와의 비교로 타인을 부러워 하지 말고, 나의 고유함으로 내 자신의 행복을 생산하며 살려고 한다. 날씨가 다시 춥다. 오늘 공유하는 시인의 "사는 법" 대로 살고 싶다. 오늘 사진은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찍은 것이다. 자기 색이 고유하면, 원래 쓰임이 아닌 곳에 있어도 고유하다.

 

 

사는 법 2/홍윤숙

 

 

 

날지 못할 날개는 떼어 버려요

지지 못할 십자가는 벗어 놓아요

오척단신 분수도 모르는 양심에 치어

돌아서는 자리마다 비틀거리는

무거운 짐수레 죄다 비우고

손 털고 돌아서는 빌라도로 살아요

상처의 암실엔 침묵의 쇠 채우고

죽지 못할 유서는 쓰지 말아요

한 사발의 목숨을 위해

날마다 일심으로 늙기만 해요

형제여 지금은 다친 발 동여매고

살얼음 건너야 할 겨울 진군

되도록 몸은 작게 숨만 쉬어요

바람 불면 들풀처럼 낮게 누워요

, 그리고 혼만 깨어 혼만 깨어

이 겨울 도강(渡江)을 해요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 박한표 교수

<필자 소개>

 

박한표 교수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경희대 겸임교수 )

 

공주사대부고와 공주사대 졸업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석사취득 후 프랑스 국립 파리 10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 프랑스 문화원 원장대전 와인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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