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이영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3 07:07:2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환경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체에 관한
행동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
생물학계 핫 토픽 ‘후성유전학의 연구와 통찰’을 집대성한 책
‘윌리엄 제임스 도서상’과 ‘엘리너 매코비 도서상’ 수상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아몬드)

 

 신간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아몬드)는 미국의 발달·인지 신경학자인 피처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무어가 생물학계의 뜨거운 주제인 후성유전학의 연구와 통찰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 미국심리학회 윌리엄 제임스 도서상과 미국발달심리학회 엘리너 매코비 도서상을 수상하며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책은 후성유전학이 무엇인지,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며 그 학문이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를 자세하게 톺아보는 한편, 후성유전학 중 특히 경험이 우리의 행동생각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행동 후성유전학에 집중한다.

 

 행동 후성유전학은 삶의 모든 면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는데,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이 새롭고 흥미진진한 학문 분야를 친절하게소개하는 후성유전학 입문서로서, 생물학에 관한 지식과 배경이 없는 독자들도 후성유전학에 담긴 혁명적 함의들을 알 수 있도록 돕는다.

 

 후성유전은 다양한 맥락 또는 상황에 따라 유전 물질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방식을 일컫는다. 즉 후성유전은 DNA 염기 서열은 바꾸지 않고 DNA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의 활동을 켜거나(활성화하거나), (침묵시킴)으로써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경험이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언뜻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거나 우리가 먹는 것이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거나 생애 초기의 방임이나 학대가 성인기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한 경험이 어떻게 분자 수준의 생물학적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후성유전학은 이 과정을 과학의 영역에서 증명해낸다.

 

 1이것은 혁명일까에서는 후성유전이라는 학문이 왜 이토록 흥분을 일으키는지 쟁점을 살펴본다. 우선 생물학의 어엿한 분야로 자리 잡은 후성유전학이 우리의 DNA에 달라붙은 무언가(후성유전적 표지)가 실제로 존재하며 이것들이 DNA가 기능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짚는다. 특히 경험과 우리가 처한 상황이 후성유전적 표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후성유전학이 본성 대 양육논쟁을 뿌리째 뒤흔들었다고 말한다.(1)  

 

 2후성유전학의 기본 개념들에서는 행동 후성유전학의 기본 이론과 유명한 연구 사례부터 다양하고 새로운 최신의 실험까지 두루 살펴본다. 특히 할로의 접촉 위안실험을 들어 생애 초기 경험이 특정 결과를 만든다면, 과연 그 경험이 어떻게그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중요하다고 짚는다.  

 

 3대물림의 의미와 메커니즘에서는 후성유전의 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세대에서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는지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현대 생물학은 우리의 생식세포(정자와 난자)와 체세포(나머지 모든 세포) 사이에 장벽이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못하고 따라서 획득된 형질은 유전될 수 없다고 여긴다. 현대 종합설은 유전자만이 진화적 변화를 추동하며, 살아가면서 하는 경험은 자손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후성유전학은 행동과 환경을 통해 세대 간 경험을 대물림(17, 18)할 뿐 아니라 심지어 생식계열을 통해서도 대물림된다(19)는 사실을 속속 증명하고 있다. 책은 임신한 생쥐의 먹이가 새끼 쥐의 DNA 메틸화(유전자 침묵 상태)와 털색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 고지방 먹이를 먹인 수컷 쥐의 암컷 새끼에게 나타난 변화를 알아본 연구 등을 통해 후성유전의 효과가 생식 계열을 통해 대물림된다는 사실을 짚는다.

 

 4숨은 의미 찾기에서는 후성유전학의 한계와 희망적 교훈을 살펴본다. 우선 후성유전학이 뜨겁고 유망하기는 하지만여전히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기에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21) 행동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에 경도된 나머지 다른 형태의 결정론이를 테면 후성유전적 결정론을 펼치는 일은 위험하다는 말이다. 책은 행동 후성유전학과 관련한 연구 중 몇 가지가 생애 초기 경험의 장기적 영향을 강조했다고 해서 아기가 초기에 한 경험이 반드시 그들의 특징에 영속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의 발달은 결정론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니삶의 초기에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운명이 완전히 결정된다는 것은 잘못된 가정이라고.(362)

 

또한 후성유전이 조상들의 심리적 기억이 전달되는 경로일 가능성도 아주 낮다는 점도 짚고 넘어간다. 후성유적적 표지가 우리 조상들이 지낸 역사의 어떤 측면들을 반영하지만(예를 들어 조상들이 생애 특정 시기에 어느 정도 양의 음식을 먹었는지), 우리 유전체에 조상이 한 경험의 구체적 기억이 담겨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 데이비드 무어

번역 정지인

출판 아몬드

 

 

 

 

 

 

[저작권자ⓒ 미디어시시비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