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병환] 중국의 역겨운 피해자 코스프레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1-07-13 22: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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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시진핑 “중국 인민은 다른 나라 국민을 괴롭히거나 압박하고 노예로 부린 적이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

한나라의 고조선 침략, 수나라 및 당나라의 고구려 침략 등 중국 왕조와 우리 민족 간 무력충돌은 병자호란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져

시진핑의 이야기는 중국 역사에서 100여 년 기간만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며, 그것도 ‘내로남불’식 관점

 

시진핑 주석은 7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중국과 외부세계와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는 중국 인민은 다른 나라 국민을 괴롭히거나 압박하고 노예로 부린 적이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중국의 한족이 북방 유목민족에 시달린 것보다는 근대에 들어와 제국주의 유럽 및 일본이 청나라를 침탈한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중국 역사를 4~5천 년으로 볼 때 중국이 아편전쟁 이후 열강에 시달린 기간은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을 대륙에서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1949년까지 100여 년에 불과하다. 그리고 제국주의 용어 자체는 19세기 이후에 등장하나 그 본질적 행태 또는 현상은 인류 역사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찰되는 것이다. 시진핑의 이야기는 중국 역사에서 100여 년 기간만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며, 그것도 내로남불식 관점이다. 중국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편전쟁 이후 기간에도 중국의 이민족에 대한 침탈이 있었다.

 

소위 중원 땅을 차지한 중국 왕조는 역사적으로 대부분이 정복사업에 뛰어들었다. 힘이 있는 나라가 약한 나라를 무력으로 복속시키려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보편적 현상이었다. 중국 왕조들과 우리 민족 간 관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나라의 고조선 침략, 수나라 및 당나라의 고구려 침략 등 중국 왕조와 우리 민족 간 무력충돌은 병자호란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2017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코리아(남북한)는 한때 중국의 일부이었다(Korea used to be part of China).”라고 하였다는데 이 발언은 역사적으로 사실여부를 떠나 중국이 한민족을 침략하였음을 인정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현재는 어떠한가? 대표적인 예로 신장 위구르족, 티베트 장족 및 내몽골 몽골족에 대해 중국은 강압적인 동화정책 내지는 민족 말살 정책을 펴고 있지 않은가? 중국 정부는 이 지역들은 중국의 일부로서 국내문제이므로 국제사회가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언어, 역사,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한족과는 구별되며 청나라 때에 와서야 그것도 무력에 의해 중국의 영역이 되었다. 이들은 청나라가 무너지자 당연히 독립을 추진하였는데 실패하면서 2차 대전 이후 1950년대에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가 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이민족들의 분리독립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중화민족이라는 허구적 개념을 만들어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의 현재 영토 안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중화민족의 역사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 결과 여진족 금나라의 침략에 맞서 싸워 중국에서 대표적인 충신으로 숭배해온 송나라 장군 악비가 하루아침에 중화민족의 분열을 조장한 인물로 평가가 180도 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또한, 시진핑은 대만 독립 도모를 분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라는 주장에 과연 얼마나 확고한 역사적 근거가 있을까? 대만의 원주민은 남쪽에서 이주한 소위 고산족이고 1624년에는 네덜란드가 교역거점으로서 자국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그러던 중 명나라에 충성하는 정성공 세력이 청나라에 패퇴하여 대만으로 들어와 1662년 네덜란드 세력을 축출하고 정 씨 왕조를 열었다. 정 씨 왕조는 1683년 청나라에 의해 정복되어 이후 대만은 청나라의 영역이 되었다. 그 후 1894년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하여 일본 땅이 되었다가 2차 대전 이후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이 들어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야기하자면 현 중국이 대만을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기에는 역사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최근의 행태를 보면 시진핑의 공산당 100주년 연설 내용이 무색해진다. 그들은 이웃 나라들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어떤 행동을 벌이고 있는지는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중국인들이 남중국해 전역에서 어로 작업을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소위 구단선(九段線)’을 그어 사실상 남중국해 전역을 자신들의 바다라고 우기며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을 겁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리핀이 20131월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 개발권을 명확히 해달라는 취지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하여 PCA20167"중국의 9단선 주장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중국어선들이 우리의 관할수역을 무단 침범하여 불법 조업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서해에서의 중국 해군의 도발적 움직임이다. 2013년 중국은 우리 군에 동경 124도 서쪽 해역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우리 해군 함정이 124도 서쪽으로 항행하면 중국 해군 함정이 접근하여 그들의 작전구역이니 나가라고 경고하면서 자신들은 동경 124도를 넘어 백령도 앞바다까지 진입하는 등 서해에 대해 중국의 내해화(內海化)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위 일대일로사업도 중국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저개발국에 항만, 철도 등 인프라 건설 차관을 저개발국 정부의 상환능력이나 경제성 검토도 없이 마구잡이로 제의하여 중국 업체가 중국 물자를 사용하고 중국 인력을 투입하여 공사를 벌이고 나중에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완공된 인프라의 사용권 또는 소유권을 뺏는 약탈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투입된 중국 근로자의 일부는 귀국하지 않고 눌러앉아 해당 국가서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오죽하면 중국의 신식민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중국이 여러 국가에 설치한,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공작 거점 역할을 하는 공자학원이 된서리를 맞으며 폐쇄되고 있다.

 

한국의 현실을 보면 이미 10여 년 전 복거일 작가가 갈파한 것처럼 한반도에 중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 집권세력뿐만 아니라 야권 일부에서도 중국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 2017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방문 시 베이징 대학교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고, 한국은 그 주변의 작은 나라라고 표현하고, 양국은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동지적 관계라고 하였다. 이어 앞으로 중국 중심의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이라는 소위 중국몽에 동참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노영민 현 정부의 초대 주중 대사는 신임장을 제정할 때 방명록에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고 썼다. 문 대통령은 올 초 시진핑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하였으며,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중국의 문화 일대일로를 위해 도내 차이나타운 건설을 추진하려 하였고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뜬금없이 서해에 한중 해저 터널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최근 제주시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사진전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중국과 대한민국은 오랜 친구이자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한 운명공동체라고 하였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1950년 중공군 수십만 명이 압록강을 건너 쳐들어와 대한민국에 의한 남북통일이 좌절된 것을 우리는 스스로 기억에서 지웠는가? 조선 시대처럼 중국의 그늘에서 무기력한평화를 누리고자 일부러 기억을 안 하는 것인가? 일부 정치인들의 이러한 대중국 인식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는 중국에 대한 국민 정서와도 어긋난다.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17개국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평판을 조사한 결과 17개국 중 15개국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77%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이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의 경제발전 및 성장의 결과로서 예상되는 민주화 요구를 예방하고 현재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민족주의 담론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은 백인들에 당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아편전쟁 이후 100년의 역사를 수천 년 통사로 확장하고, ‘내로남불의 역사 기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젊은 세대가 그러한 역사관을 갖게 되면 중국은 21세기의 국제사회에서 위험한존재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인접 국가로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은 중국의 그러한 움직임을 더욱 경계하여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필자 소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주러시아 대사관 경제공사 등 4차례에 걸쳐 11년 간 러시아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외교관이다현재는 각종 매체에 한·러 관계와 러시아에 관해 기고하고 있다.

 

 

▲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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