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덜 마른 마음이 남아 있나 생각하다가, 이빨에 낀 맛보기 오징어처럼 누군가를 떠올리다가, 찜통 속 대게처럼 붉어지다가,

[시]
묘책
최선희
강구항으로 대게를 먹으러 갔다 찜통에 찌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다가 오징어 가판대 앞에 섰다 맛보기로 잘라 놓은 구운 오징어 토막을 질겅거리며 마른오징어 값을 물어본다 열 마리 묶음에 육만 원 칠만 원 스무 마리가 한 축이나 요즘 오징어가 안 잡혀 워낙 비싸 열 마리씩 묶어두었단다 건조대에서 꾸덕꾸덕 말라가는 크고 잘생긴 반건조 오징어 한 마리는 얼마냐고 물었더니 쥔 아지매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며 은밀하게 덧붙이는 말이 참으로 묘책이다
이만 원인데, 다음엔 남의 아저씨하고 같이 오세요
내게 덜 마른 마음이 남아 있나 생각하다가, 이빨에 낀 맛보기 오징어처럼 누군가를 떠올리다가, 찜통 속 대게처럼 붉어지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지매 말이 묘책은 묘책이여 슬쩍 뒤돌아 흐뭇한 휴일이다
*최선희 2013 문예시대 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콩잎여자』 『꽃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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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다가 살포시 입가에 웃음이 핀다.
덜 마른 마음은 무엇일까?
무심한 듯 툭 던져보는 질문의 끝을 따라가 보면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속마음이 보인다.
그 속마음과 밀당을 하다가 슬쩍 아지매의 묘책에
편승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 아닐까?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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