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병환]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마저도 중국 눈치 보아야 하나?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2 0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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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전 주러시아 공사

중국 불법조업 어선의 수가 2018년 11,858척, 2021.1~8월 16,802척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단속은 2018년 136척, 2019년 115척, 2020년 18척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해경이 단속과정에서 신속하게 적절한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단속을 나포 우선주의로 하고, 처벌과 몰수를 확실하게 해야

 

 

한국에서 꽃게잡이 철은 4~6월과 9~11월이며 조업 수역은 연평도 등 서해 5도 주변 수역이다. 매년 이때가 되면 이 지역의 어민들은 중국어선들의 도를 넘는 불법조업에 치를 떨고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단속에 한숨을 내쉰다. 우리 어민들의 생존권과 안전이 걸린 문제인데 무슨 연유로 우리 정부와 사회는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 결과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는 것인가?

 

중국어선들과 비교하여 우리 해경 단속선은 수적으로 그리고 규모에 있어 빈약하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에 대해 우리 해경은 그간 나포보다는 퇴거 위주로 단속해 왔다. 그런데 우리 해경 단속선은 중국 선원들의 난폭한 저항에 경고 방송을 하거나 물대포 발사 등에 그쳐 효과적인 대응을 못 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대응 예를 보면 베트남은 경고사격을 하고, 러시아는 포를 쏴서 침몰시키고, 인도네시아는 항공기까지 동원하여 폭격하기도 한다. 또한, 서해 5도 수역은 소위 북방한계선(NLL)에 근접해 있으므로 중국어선들은 우리 해경의 단속을 피하여 북방한계선 너머 북한 수역으로 도주하였다가 다시 들어오기도 하며, 나포되어도 처벌이 가벼워 나포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해경 통계에 따르면 중국 불법조업 어선의 수가 201811,858, 201916,024, 202018,729, 2021.1~816,802척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단속은 2018136, 2019115, 202018척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통계가 보여 주듯이 단속 건수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 2020년 들어 단속 건수 급감은 해경이 단속 대원들의 코로나 19 감염을 막기 위해 단속 방식을 나포에서 퇴거명령 등 비접촉 단속으로 바꿨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해가 되는 면이 있으나 정부의 설명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간 중앙일간지들이 중국어선들의 자원 약탈 및 우리 해경의 단속에 대한 난폭한 저항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보도를 하기보다는 매우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만 일시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몇 사례를 들면 20089월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가 전남 신안군 가거도 해역에서 검문검색을 위해 중국어선에 오르는 순간 중국 선원이 휘두른 삽에 맞아 바다에 떨어져 숨졌고, 201112월에는 인천해경의 이청호 경사가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 중국어선 2척을 단속하던 중 필로폰을 투약한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역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20166월에는 서해 5도 수역이 아니라 사실상 내륙이라고 할 수 있는 강화도 주변 한강 어구 남북한 중립수역에까지 중국어선들이 들어와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을 얻어 해군과 해경이 합동작전으로 이들을 쫓아냈으며, 10월에는 불법 조업하던 중국어선들이 단속 중인 해경 고속단정을 침몰시키고 도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몇몇 주요 일간지가 단독보도라고 하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실태를 보도하였는데 국민의 힘 소속 조태용 의원과 태영호 의원이 해경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그 심각성을 알리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 매체 스스로 작정한 보도가 아니다. 2010년대 필자가 주러시아 대사관에 근무할 때 주요 일간지 중견 기자들이 단체로 모스크바를 방문하였는데 그들에게 왜 중국어선들의 해적에 가까운 만행에 대해 보도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자주 있는 일이어서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우리 언론은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담당 부처 외교부와 해양수산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중 어업 공동위 등 양국 간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다는데 중국 측에 제대로 항의하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라고 엄중히 촉구하였는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두 부처의 장관이 중국 정부의 고위인사를 만났을 때 이 문제를 제대로 거론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불법조업에 대해 시치미를 떼면서 단속과정에서 중국 선원이 다치기라도 하면 문명적 대우를 하라고 되려 목소리를 높인다. 도둑이 피해자에게 큰소리치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201112월 이청호 경사 피살 사건 발생 후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 총기 사용 절차를 간소화시키고 2016년 들어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이 기승을 부리자 폭력사용 중국어선에 대한 함포 사격을 허용하였으며, 2017년에는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을 창설하고 그 결과 중국어선의 NLL 수역 불법조업이 줄어들어 현지 어민들이 특별경비단에 대한 감사 현수막을 세우기도 하였는데 이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근절되지 않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음으로 정당들은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문제를 정부에게 공식적으로 제기한 적이 있나?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구 문제 차원에서 제기했을 뿐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소관 부처들에 대해 보고를 요구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촉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해 어민들의 한숨과 현장 해경 단원들의 고충을 청취하여야 한다. 핵심은 해경이 단속과정에서 신속하게 적절한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단속을 나포 우선주의로 하고, 처벌과 몰수를 확실하게 함으로써 중국 해적들이 우리 수역에서 불법 조업하면 득보다 실이 크도록 해야 한다.

 

혹시 현 정부가 벽지 어민들은 수가 얼마 안 되어 선거 결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분명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리고 서해 5도 지역의 수산자원은 대한민국의 자원이다. 도둑을 붙잡아 처벌하지 않고, 훔친 물건을 몰수하지 않고 도둑을 쫓기만 하고 있으니 도둑질이 근절되겠는가? 중국어선을 철저히 단속하면 현 정부가 생각 없이 집착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중국이 협조하지 않고 훼방이라도 놓을까 염려하는 것일까? 아니면 혹시 보복이라도 있을까 봐 걱정하는 것인가?

 

-중 대립 상황에서 정부가 이른바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으며, 최근 방한한 왕이 외교부장이 언급하였듯이 중국 정부가 중국의 핵심이익(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등)과 중대한 관심사에 있어 중국 입장을 존중하라고 요구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과연 중국어선들이 대한민국의 관할수역을 침범하여 불법으로 조업하는 것이 중국의 핵심이익이나 중대한 관심사에 해당하는 것인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의도를 갖고 한 행위이고 범죄를 구성하는 것인데 왜 그런 행위에 대해서까지 중국의 눈치를 보고소극적으로 대처하는가? 국가의 품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중국이 한국 내 반중 정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신경 쓸 일 아닌가? 우리의 무기력한 대응은 건강한 양국 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일본어선들이 독도 수역에 들어와 불법조업을 하더라도 우리 정부와 언론이 같은 태도를 보일까? 외국 어선의 해적에 가까운 행동을 퇴치하는 것은 주권국가라면 어느 국가나 취해야 하는 조치이다. 그리고 우리 어민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고, 해경이 단속과정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릎 써야 하는 상황까지 왔음에도 기울여야 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언론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필자 소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주러시아 대사관 경제공사 등 4차례에 걸쳐 11년 간 러시아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외교관이다현재는 각종 매체에 한·러 관계와 러시아에 관해 기고하고 있다.

 

▲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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