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의 시 맛보기] 살아야 하는 이유-김건희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1-04-05 02: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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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라도 목 걸고 싶었을 이제항위안소
진열장에는 찾았거나 아직 찾고 있는 온갖 증언과 자료
뜨거운 질문을 던져온다

 

[]

 

 

살아야 하는 이유

 

 

 

 

김건희

 

 

 

한껏 웅크린 그날의 흔적들 주위에도

빌딩 숲은 우뚝 들어서고 말았다

 

거미줄에라도 목 걸고 싶었을 이제항위안소

진열장에는 찾았거나 아직 찾고 있는 온갖 증언과 자료

뜨거운 질문을 던져온다

 

오직 살아서 밝히고 싶었던 성 노역의 악몽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원시림

눈 뜨고 싶지 않은 거미가 살고 있었다

 

한때 박영심 할머니의 더 깊어질 수 없는 처연한 눈물

위안소 흰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헛구역질

찢기고 짓밟히던 치욕이 파닥거리며 마지막 숨 몰아쉰다

 

숨 거두고서야 비로소 살아 있음이 밝혀지는가

할머니 비운의 숨결 곁에서

간신히 안아 품어 보는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낯선 땅 이름 없는 풀꽃으로 그냥은 쓰러지고 싶지 않았다는 것

 

위안소 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그날의 거미는

핏대 솟구친 내 목에 피멍빛 노을을 수혈한다

 

 

 

김건희

2018년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시집두근두근 캥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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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슬픈 역사를 본다.

상흔을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들여다보며

생의 질곡을 캐어

새로이 치유를 유도한다.

 

무엇이 삶을?

질문이 남는다.

 

이 시는,

남녀 간 성의 구도에서

여자의 성이 얼마나

하등시 되었는지

그 아픔을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생명을 창조하는

신성한 구조를

전쟁의 전리품으로 맞바꿈한

그들을 고발한다.

슬픈 역사다.

 

-할머니 비운의 숨결 곁에서

간신히 안아 품어 보는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낯선 땅 이름 없는 풀꽃으로

그냥은 쓰러지고 싶지

않았다는 것-

 

치유 목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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