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병환] 외교장관의 행보가 걱정된다.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1-04-01 01: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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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전 주러시아 공사

정의용 장관이 중국 측에서 오라고 했다고 전후좌우 둘러보지 않고 달려가는 것은 미국에게는 한국은 중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인식만 심어 주고 중국에게는 한국은 다루기 쉬운 상대라는 생각을 더욱 갖게 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갖고서 불필요한 외교적 비용을 지출할 뿐만 아니라 국격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의용 외교장관이 오는 43일 중국 남부 푸젠성 샤먼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한다. 외교부는 이번 방중에 대해 한미 외교장관 회담(3.17) 및 한러 외교장관 회담(3.25)에 이어 한반도 주변 주요 국가들과 전략적 소통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외신에 따르면 4월 말 미국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 장관은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하였다. 대한민국의 역대 외교장관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그리고 그 시점도 의문을 갖게 한다.

 

한국 외교장관의 방중은 201711월 이후 3년여 만이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2월 정 장관 취임 후 첫 통화에서 중국방문을 초청한 바 있다. 그리고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맞이하던 시점에 이미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최근 미국 국무장관 및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대면 접촉이 있었는데 모두 상대방이 한국을 방문해 이루어졌다. 게다가 정부 고위 인사 대부분이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 장관의 중국 방문은 예사롭지 않다.

 

물론 한국의 신임 외교장관이 주요국 카운터파트와 상견례를 하고 소통을 위하여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 우리 쪽에서 방중을 서두를 이유가 있는 것인가? 중국으로서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블링컨 장관이 쿼드 등 반중 전선에의 동참을 요구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한국이 어떤 입장을 개진하였는지 매우 궁금할 것이다

 

그렇다면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라는 속담처럼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에 오면 될 일이지 정 장관이 굳이 중국으로 달려가서 한미회담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인가? 양국 사이에 신속한 소통이 필요하다면 우리 외교부가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든가 또는 주중 대사를 통해 중국 측에 설명하면 된다. 국가들은 그런 목적을 위하여 상대방 국가에 대사를 상주시키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외교장관의 방중을 자청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 정부가 한국 외교장관을 호출한 것인지 상세한 내막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외교에 있어 내용만큼 모양새도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문제가 있다고 본다. 또한 한·중 관계는 작년에만 해도 양제츠와 왕이가 다녀가는 등 소통이 이루어진 반면 한일 관계는 그간 징용공 및 위안부 배상 문제로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서 고위 인사 간 소통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일본이라면 몰라도 신임 외교장관이 긴급한 현안이 없어 보이는 중국을 첫 방문국으로 선택한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금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어떤 이슈가 논의되는지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외교장관이 취임 후 중국을 가장 먼저 방문하고, 게다가 미국 국무장관이 다녀가자마자 중국을 찾아가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친중 성향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다. 중국은 이번 외교장관 회담 개최를 통해 미국에 대해 그들이 주장하듯이 한국은 미국이 추진하는 반중 연대의 약한 고리임을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알래스카에서 있었던 미·중 회담에서 양측은 살벌한 설전까지 벌인 바 중국은 한국 외교장관의 방중이 시기적으로 알라스카 회담 직후라서 더욱 잘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중국 측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회담 장소가 대만을 마주보는 푸젠성이라 하는데 미국에 대한 과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을 고른 것 아닌가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는 미중 간에 소위 균형외교를 추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균형외교균형을 잃지 않을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이번에 정의용 장관이 중국 측에서 오라고 했다고 전후좌우 둘러보지 않고 달려가는 것은 미국에게는 한국은 중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인식만 심어 주고 중국에게는 한국은 다루기 쉬운 상대라는 생각을 더욱 갖게 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국에 대한 접근은 중국이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실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안정적 존속이다. 그리고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갖고서 불필요한 외교적 비용을 지출할 뿐만 아니라 국격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필자 소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주러시아 대사관 경제공사 등 4차례에 걸쳐 11년 간 러시아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외교관이다현재는 각종 매체에 한·러 관계와 러시아에 관해 기고하고 있다.

 

▲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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