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의 窓] 3년 앞도 못내다본 '한진해운 퇴출'

김영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4 16: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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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미디어 시시비비 편집국장

최근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었던 수출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정작 물건을 실어 나를 선박을 제때 구하지 못해 국내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달말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선주협회가 개최한 ‘선주·화주 간담회’에서 국내 유수의 기업들은 “늘어난 물량을 소화할 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라며 ‘선박 품귀’와 함께 지난해 10월 대비 최고 3배까지 치솟은 컨테이너 운임으로 인한 이중고를 호소하면서 정부와 해운업계에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송 서비스 수출은 지난 2010년 세계 5위에서 지난해 11위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운송 서비스 수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해운업 수출비중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무역업과 해운업간의 엇박자는 이미 ‘예고된 재앙’으로 박근혜 정권시절 자행된 한진해운 파산의 후유증 탓이라는 지적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 1949년 12월 대한해운공사로 창립된 뒤 1980년 대한선주(주)와 1988년 (주)대한상선을 거쳐 출범한 한진해운은 파산전 국내 1위, 세계 7위의 글로벌 해운기업이었다.

한진해운은 장기적 세계 해운 불황속에서도 꾸준히 훌륭한 실적을 냈지만 2014년부터 위기를 맞아 결국 2017년 2월에 법원의 파산선고와 함께 어언 68년간의 긴 항해를 끝내고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맞았다.

 

일찌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반쪽이 섬나라와 나름없는 지형적 특성으로 ‘한반도’(韓半島)로 불려왔던 우리나라가 수출입을 통한 무역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감안해 '한진해운 퇴출'은 단순히 오너의 방만 경영 또는 부도덕의 소치로 치부될게 아니라 향후 해운항만 관련업체들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경우 자칫 ‘해운입국’이라는 국가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우’(憂)를 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더욱이 당시 박근혜 정권시절 ‘숨은 실세’ 최순실이 설립한 미르재단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미운털'이 박힌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감'(私憾) 탓에 한진해운을 공중 분해시켰다는 음모론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원래 부채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해운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금융채권단의 근시안적인 구조조정 작업은 오히려 위기만 심화시킨채 '무역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허물어뜨리는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아울러 이같은 '대참사'를 미연에 방지하기는 커녕 뒤늦게라도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 자신의 직을 걸고서라도 적극적 구조활동을 펼쳤어야 될 해양수산부 고위공무원들은 무소신과 무기력한 태도로 수수방관함으로써 결국 세월호 침몰때처럼 윗선의 눈치만 살피다가 엄청난 희생을 초래했던 해경의 전철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말았다.

아울러 정부 부처의 무지와 무능, 직무유기를 감시감독하면서 위기에 처한 국가경제 상황에 대해 경고음을 울렸어야 될 언론들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도외시한채 모르쇠로 계속 일관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해운항만의 미래는 더욱 암울한 것으로 우려된다.

북쪽이 막혀 사실상 섬나라와 다를 바 없는 대한민국이 하루속히 그 정체성을 되찾고 다시 해양대국으로 회생시킬 수 있도록 다함께 힘을 모아야 될 시점에 대권놀음에 빠져 연일 소모적 정쟁과 국론분열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현실 또한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

30여년 동안 해운업에 몸담았다가 한진해운 파산 여파로 졸지에 백수신세가 된 친구놈과 밤새도록 소주를 마셨건만 목구멍에 꽉차인 울분 탓에 도저히 취할 수 없었던 그날의 허망함이 요즘 기분나쁘게 되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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