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의 여의도 포커스] ‘이낙연 신당’ 감상법

김영호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8 13: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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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 광주드림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 1979년 12.12 군사반란에서 기원한 5공화국이 1981년 출범했고 1987년 6월항쟁으로 성립된 6공화국은 이번 윤석열 정권까지 벌써 8기를 맞고 있다.

 이 두 공화국 42년간 창당된 숱한 신당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스는 1985년 2·12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김영삼과 김대중이 손 잡고 만든 신민당을 들 수 있다.

 김영삼은 1983년 광주항쟁 3주기를 맞아 시작된 23일간의 단식으로 전두환 정권을 긴장시켰고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이 이를 적극 지지하면서 1980년 양김 분열은 극적으로 봉합됐다.

 두 야당 지도자의 연대는 1984년 광주항쟁 4주기의 민추협 발족, 1985년 1월 18일 신민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김대중은 총선을 4일 앞둔 2월 8일 김포공항을 통해 목숨을 건 귀국을 단행, 2·12총선 신민당 돌풍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선거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서울 14개 전 지역구에서 ‘선명 야당’ 신민당이 당선됐고 ‘관제 야당’ 민한당은 중선거구제였음에도 단 1곳만 살아남았다.

 전두환과 추종자들이 만든 5공화국 체제는 이 선거 한 번으로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으며 유세장에서 민심을 접한 민한당 의원들은 줄줄이 탈당, 신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민한당은 결국 단 3명이 남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했고, 그나마 다음 13대 총선에선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해 정당 등록이 취소됐다.
 

 #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연초 신당을 선보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누구도 신당을 지지하지 않는걸 보니, 원외 그룹 혹은 이 전 대표 자신의 고독한 기획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재명 체제로 굳어진 민주당을 나가, 판을 한번 크게 흔들어 보려는 것일까.

 갑작스런 사태 전개에 이 전 대표를 지렛대 삼아 공천 불이익을 견제하고 당 개혁도 도모코자 했던 비명계과 친낙계 의원들은 당황하고 있다.

 친낙계 의원들은 신당 불똥이 경선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어 앞다퉈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본선을 걱정하는 수도권 의원들은 계파 구분 없이 이 전 대표를 비난하거나 만류하고 있다.

 실제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격전지 후보들에게 이낙연 신당은 존재 자체가 공포로 느껴질 수 있다.
 

 # ‘이낙연 신당’의 가능성은 제휴 세력과 노선 등 구체적 모습이 드러나야 가닥이 잡힐 것이다.

 신당에 대한 초반 여론은 호남에 비해 영남에서, 민주당 지지층에 비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호감을 나타낸다. ‘제3세력’에 대한 열망일 수도, 야권분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수도 있다.

 최근 나온 이 전 대표의 레토릭을 살펴보면 무당파 혹은 중도세력을 주 타깃으로 설정한 듯 하다.

 이와 함께 사이사이 민주당의 정통성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이른바 ‘진보-개혁세력의 재구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3당 체제’를 형성한 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합당이나 후보단일화를 겨냥하는 것 같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1985년 2·12 총선의 신민당 사례다.

 물론 이 전 대표와 양김의 영향력은 비교 자체가 안되는 것이나, 아마도 민주당 공천 후유증이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호남에선 민주당 외 다른 선택지가 하나 더 나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존재하나, 이낙연 신당은 이렇다 할 존재감 없이 군소정당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신당이 야당 지지층이 우려하는 것처럼 야권 분열 역할만 할지, 민주당 정통성 회복의 한 단초가 될지 궁금하다.

 부친과 마찬가지로 평생 민주당을 지켰고 그 자장 속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했던 ‘엄중 낙연’. 그의 일생일대 마지막 도전이 훗날 한국 정치사엔 어떻게 기록될까.

<김대원 광주드림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kdw34000@gjdream.com>

[출처 : 광주드림(http://www.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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