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의 시시비비] 트럼프…‘돌아온 장고(Django)’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4-11-08 15: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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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다시 돌아온 트럼프, 한국 국가안보에 최대 위기 닥쳐
북한을 ‘핵보유국’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
‘핵무장 필요성 공감’ 여론 71.4%, 지난해보다 약 13%p 올라
유승민 “NPT 10조 1항에 따라 우리는 완벽하게 탈퇴가 가능한 나라”

 

  

돌아온 장고’(Django. 1966년 작)라는 서부 영화가 있다. 스파게티·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작이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란 정통 서부극보다 더 잔혹하고, 또 천편일률적인 미국 권선징악의 구도에서 벗어난 이태리풍의 서부 영화 장르를 말한다. 프랑코 네로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 자신의 이익이나 복수를 위해 싸울 뿐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돈 앞에서 의리 같은 건 쉽게 무너져 버리고, 이권 다툼이 넘쳐나는 것이다.

 

전 세계가 트럼프 리스크를 현실로 맞닥뜨리게 됐다.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가볍게 꺾고 당선됐다. 4년 만의 백악관 재입성이다. 트럼프 후보는 6(현지시간) 새벽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국경을 다시 봉쇄해야 한다. 모든 것을 고칠 것이다. 미국 황금시대를 열겠다며 도발적인 승리 선언을 했다. 이번 대선은 전 세계의 미래가 걸린 매우 중대한 선거였다.

 

NYT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리더십 시대가 끝났다진단

 

트럼프의 미 공화당 내 입지는 ‘1기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화된 상황이다. ‘미국 우선주의가 차원이 다르게 시도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질서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6(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전망하면서 트럼프의 승리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리더십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보다 더 강력한 트럼피즘을 내세우며 미국에 우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는 거래적 고립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NYT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는 그 방법을 몰랐고 기득권층에 의해 저지됐다면 이제 그는 지식과 동기,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짚었다. 이래저래 미국의 우방으로 자리매김해온 세계의 여러 나라들부터 혹독한 시련에 봉착할 게 분명하다.

 

한국, ‘대중(對中) 의존도탈피해 다변화 네크워크 구축에 사활 걸어야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중에 한국·중국·독일을 겨냥해 다른 나라의 일자리와 공장을 빼앗아오겠다고 장담했다. 우선 중국과의 패권전쟁 속에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분리하려는 시도가 훨씬 강력해질 것이다. 일각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현실화 가능성도 거론한다.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 반도체 등 중간재 산업부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우리는 대중(對中) 의존도를 탈피해 다변화한 무역 및 외교 네크워크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신고립주의기조 속에서 트럼프의 2기 행정부는 미국과 동맹국들과의 관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NYT해리 트루먼부터 바이든까지 대통령들은 동맹과의 관계를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로 봤으나, 트럼프는 부담으로 여긴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면서까지 다른 국가를 방어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야기해 온 것을 상기해야 한다. 그의 장사꾼 마인드는 철옹성이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음모 현실화할 개연성 훨씬 더 높아져

 

유럽은 러시아에 대항하는 보루이고 일본은 미국의 태평양 내 항공모함이며, 한국은 북한을 억제하는 열쇠라는 등의 전통적인 안보 개념을 트럼프는 거부해온 게 사실이다. 냉전 역사학자인 할 브랜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미국 리더십의 전통을 끝내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면서 미국의 여러 동맹국은 (트럼프 2기에서) 더 순수하고 완전한 미국 우선주의가 초래할 불안정한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상황이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크게 증폭되게 됐다. 방위비 분담 재협상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얼마든지 거론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담판에 나서 한반도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잘 지내왔다. 핵무기를 가진 사람과는 잘 지내는 게 좋다고 했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음모가 현실화할 개연성은 훨씬 더 높아졌다.

 

모든 수단 동원, 외교 역량 강화해야그 꼭짓점에 자체 핵무장론걸려

 

만약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용인해 군축 협상에 나서면 우리에겐 끔찍한 재앙이 온다. 더 이상 그동안 기대어 오던 바이든식의 동맹 외교에만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러와 대화하려는 독자적 노력도 절실해졌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정파를 초월해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익을 지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입체적으로 동원해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 마지막 꼭짓점에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필요성이 걸려 있다.

 

실제로 미국의 세계 경찰역할 약화에 비례하여 강화돼온 북한 핵 위력에 대처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희미한 메아리다. 명시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은 극소수다. 일단 민심은 변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달 8일 발표한 공동 기획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4%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한국은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약 13%p 오른 수치다.

 

정치인들 자체 핵무장 불가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어서는 안 돼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동북아와 인·태 지역에서 미국 군사적 역할이 현저하게 축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이 핵을 가진 중국·북한·러시아를 동시 대응해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에서 독자 핵무장 여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며 한미동맹 하의 확장억제를 자체 핵무장으로 이끄는 외교·안보적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진작부터 제언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당장 자체 핵무장을 명시적으로 들고 나가는 것은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 전략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국가안보 차원에서, 아니 점증하는 안보 불안 속에 민심이 큰 폭으로 변하고 있음에도 정치인들이 자체 핵무장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커서 불가하다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도 괜찮을 만큼 지금 상황이 느긋하지 않다.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전쟁들이 한반도의 위기를 충분히 위협하고 있다.

 

윤상현 “‘북한 핵 폐기 시 동시 폐기조건으로 자체 핵 무장해야

 

정계에서 명시적으로 자체 핵무장필요성을 언급하는 이들은 윤상현·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정도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하는 핵무장을 주장했다. 그는 “(북한) 핵 폐기할 때 (우리도) 동시 폐기하는 식으로 제한적 핵무장을 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폐기 조건을 전제로 할 때 핵무장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계산인 듯하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1일 언론인터뷰에서 우리도 우크라이나 같은 신세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핵 보유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독자적으로 막 밀어붙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NPT(핵확산방지조약) 체제에서 미국이나 국제사회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며 핵 균형, 핵무장의 어떤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핵무장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인 것이다.

 

홍준표 김정은·푸틴 무얼 하는지 알 수 없어남북 핵 균형 정책뿐

 

지난 625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체 핵무장을 언급하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나 의원은 한국전쟁 74주년을 맞아 “6.25.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지원 약속을 받고 남침한 6.25처럼 김정은이 푸틴에게 지원 약속받고 무얼 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북핵 해법은 남북 핵 균형 정책뿐이라고 썼다.

 

유승민 전 의원의 논리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는 핵을 가진 북··러에 맞서 핵이 없는 우리는 미국에 의존해 왔다. 우리 국민 다수는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을 더 이상 믿지 못한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워싱턴, 뉴욕, LA를 위협할 때, 미국이 약속을 지킬 수 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가 핵무기를 가져야 비로소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우리의 국방·외교, 천배 만배는 더 독해져야 비로소 살아남을 것

 

유승민 전 의원은 미국과 협상해 전술핵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독자 핵무장의 길로 당당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가능한 나라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NPT 101항에서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라고 규정한 NPT 탈퇴의 권리가 가장 완벽하게 적용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덧붙였다.

 

국제무대에서 천편일률적인 권선징악의 구도를 추구하는 미국식 서부 영화는 이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 선악의 경계를 지키기보다는 철저하게 이해관계에 따라서 움직이는 마카로니 웨스턴이 판을 치고 있다. 돈 앞에서 의리 같은 건 소용없고 이권 다툼에 능한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적인 주인공인 도널드 트럼프가 더 강퍅해진 모습으로 무대 위로 돌아왔다. ‘우방이라는 이름으로 어물쩍 넘어갈 기회는 없다. 우리의 국방·외교는 문자 그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보다 천배 만배는 더 독해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다.


안재휘(安在輝)

-언론인/칼럼니스트

-34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 인터넷신문 

      미디어 시시비비(www.mediaccbb.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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