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수]코로나19는 ‘방심’을 먹고 자란다

김영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4-28 13: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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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에 한 번 경험하기 어려운 위협적 신종감염병 

 

박기수 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

오늘은 국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가 발견된 지 100일째다.

사람에 따라서는 길게도 혹은 짧게도 느껴질 수 있는 기간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한 번 경험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102년 전인 1918년 당시 전세계인구(18억~19억명)의 4분의 1이 감염되고, 적어도 50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독감, 그리고 1968년의 홍콩 독감(100만명 이상 사망) 이후 가장 위협적인 감염병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이고, 2차 유행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5년 전인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경험하긴 했지만, 이번 코로나19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거의 모든 감염 환자가 병원 간의 이동 혹은 병원 내 감염에 의해 발생했고, 인적 피해(환자 186명, 사망자 38명)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물론 당시에도 불안감이 적지 않았으나, 지금에 견줄 바도 아니었다.

2015년 메르스 당시 온라인 상에서 회자되면서 눈길을 끌었던 ‘마스크 결혼식’ 퍼포먼스는 5년 뒤인 지금, 실제로 일어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채 기침하거나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주위 사람 눈에서 ‘레이저’가 나갈 정도가 되어버린 게 작금의 현실이다.

신종감염병 불안감이 바이러스 확산 막는 ‘긍정 행동’으로 승화

우리나라가 다행스러운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공포나 불안감이 일부 외국에서 나타난 폭력이나 사재기, 혹은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되기보다는 긍정적인 행동 변화로 승화됐다는 점이다.

특히 보건당국이나 의료인이 제시한 개인위생수칙 준수, 물리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에 국민들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들은 지표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독감 환자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줄어, 올해(2019-2020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는 작년보다 석 달이나 빠른 3월2일에 해제됐다. 지난 2월 29일 909명까지 치솟았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도 이제는 한 자릿수 수준까지 급감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국민들의 노력이나 참여만으로는 나올 수는 없다. 메르스 대응 당시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이번 상황에서 신속·정확·투명하게 대응한 보건당국과 관계부처, 언제나 그랬듯 국민들의 생명 보호를 위해 헌신적으로 환자 진단과 치료에 나서고 있는 보건의료인, 그리고 보이지 않은 곳에서도 묵묵히 지원하고 있는 일선 경찰과 소방대원 등 모두가 최근까지의 나타난 값진 결과물의 주인공이다.

이른바 공중보건위기에 대한 대응에 있어 진단·치료·예방 등을 통한 의학적 방역과, 정확한 정보공개와 물리적 거리두기 등에 기반한 사회적 방역이 균형감 있게 잘 조화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의학적 방역과 사회적 방역’…두 날개 균형 잃으면 바이러스 재확산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균형감이 깨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양 날개의 큰 축인 ‘거리두기’가 눈에 띄게 느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붐비고 있다. 6일간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로 전세계 하늘길이 사실상 막혀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탓에 제주 등으로 여행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붐비고 있다. 6일간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로 전세계 하늘길이 사실상 막혀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탓에 제주 등으로 여행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물론 지난 달 23일부터 2주간의 1차 거리두기 이후 이달 5일부터 이어진 2차 거리두기, 그리고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19일부터 또 거리두기가 연장되다  보니 국민들도 매우 지친 게 사실이다. 특히 일일 확진자수가 확연하게 줄어든데다 봄기운까지 완연하다 보니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실제로 이미 4월말에서 5월초까지의 황금연휴를 맞아 김포발 제주행 항공권이 이미 매진되기 시작했고, 강릉과 속초 등의 유명 리조트와 호텔 역시 만실에 가까운 예약상황이라고 한다.

정부 역시 완화된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국립휴양림과 수목원 등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또 유례없이 악화된 경제를 일정 수준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황금연휴, 바이러스에 ‘방심’ 자양분 주지 말고 ‘셀프 백신’ 습관 유지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꼭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최근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일일 확진자수가 최고치(909명) 혹은 한 달 전의 100명대에 비하면 상전벽해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이번 사태 초기였던 불과 석 달 전에도 일일 확진자수는 지금과 같은 10명 밑에서 머물렀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과 같이 감염 상황을 통제하는 데는 지금까지 모든 경제 주체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필요했지만, 감염자수 재확산은 별다른 수고 없이 한 순간에 발생할 수 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다가올 연휴 기간이 자신들의 영역을 다시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바이러스는 ‘방심’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게 자양분을 줘서 우리 가족과 사회를 다시 힘든 시기에 내몰지, 아니면 국민 각자가 위생수칙과 거리두기라는 ‘셀프 백신’을 통해 코로나19를 이참에 뿌리 뽑을지… 이 모든것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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