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시스템’ 불신, 이젠 비난하거나 묵과할 단계 지났다
객관적인 정밀 종합 검증 통해 제기된 의혹들 명명백백 밝혀야
‘선거 부정 의혹’ 그냥 두고선 우리 민주주의 나아갈 길 없어
삼권분립(三權分立)은 계몽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프랑스 정치사상가인 몽테스키외에 의해 체계가 잡힌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다. 몽테스키외는 로마 공화정을 연구한 끝에 세 명이든 네 명이든 권력자가 입법·행정·사법 등 국가의 모든 기능을 틀어쥐면 결국 최후의 1인에 의한 독재는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권력을 엄격히 분할해 서로 침해하지 않고 상호견제와 감시를 할 때 비로소 균형이 이뤄진다는 분립체계를 고안해냈다.
오늘날 삼권분립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가장 견고한 원칙으로 작동되고 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 대원칙이 망가지는 해괴한 현상이 나타났다. 그 첫 번째는 일당 독재 시스템을 갖춘 입법부가 온갖 입법 횡포로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일이고, 두 번째가 ‘투·개표 조작’ 논란이다. 대개의 민주 선진국에서 할 수 있어도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선을 넘지 않는 ‘제도적 자제’의 미덕을 짓부순 더불어민주당의 초(超)갑질이 문제의 근원이다.
지난 2022년 3월 9일에 실시된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독한 ‘대선 불복’ 행태를 펼쳐왔다. 야권이 협조하여 일단 정부의 운용을 가능하게 해줬던 국회 관행을 무시하고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조차 일절 협조하지 않더니, 급기야는 마구잡이 탄핵으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해 몰두해왔다. 정부를 견제하는 게 아니라 아예 정부를 멈춰 세우려는 흑심을 품고 난동질을 일삼아오고 있다.
민주당, ‘정부 견제’를 넘어 아예 정부를 멈춰 세우려는 난동질 일삼아와
각료를 포함한 정부 요직의 공직자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다수결로 통과시키면 일단 업무가 중지된다는 허점을 최대한 악용한 다수 여당의 악랄한 횡포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이 통과시킨 탄핵소추안만 8개, 이 중 상당수는 대리인도 못 정하고 있을 정도다. 기막힌 사실은 민주당이 탄핵 대상에 이재명 당 대표의 범죄를 수사해온 검찰 간부들까지 마구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공백은 이미 시작됐고, 심판이 늦어지는 만큼 그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이런 기막힌 상황 속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격동이 일어났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밝힌 비상계엄의 핵심 명분에 ‘선거 조작’ 발본색원 명분이 들어있다는 것은 놀라운 대목이다. ‘조작 선거’, ‘부정선거’ 시스템이 사실로 드러나면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선진 민주국가의 반열에서 추락하게 된다. 상상조차 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수년째 이 나라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간과할 수 없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중진 김두관 전 의원이 대법원의 국회의원 선거 무효소송 법정에서 ‘전자개표기 신뢰성’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해 일파만파 파장을 낳기 시작한 것이다. 김두관의 ‘부정선거’ 주장이, 하필이면 ‘12.3 비상계엄 선포’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과 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밝힌 계엄 소동의 동기와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의혹의 파장을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다.
김두관의 ‘선거 부정’ 주장, 윤 대통령 계엄 동기와 맞닿으면서 의혹 폭발
그동안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부정선거 의혹은 황당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현직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시스템을 불신해 천만뜻밖의 비상계엄까지 감행한 상황이다. 게다가 야당 중진 정치인까지 ‘선거 부정’ 의혹에 가세한 마당에 중앙선관위가 ‘정밀 검증’을 피할 이유가 도대체 왜 있을 것인가? 오히려 선관위 스스로 나서서 근년에 있었던 일련의 투·개표기록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통해 국민 의혹을 깔끔히 해소하는 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게 순리 아닌가.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두관 전 의원은 지난 17일 오후 대법원 2호 법정에서 특별1부(대법관 노태악·서경환·신숙희·노경필) 심리로 열린 국회의원 선거 무효소송(2024수38) 재판에서 전자개표기의 부정확성부터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분류 투표지 수개표 재분류 과정의 왜곡 가능성을 주장하며,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총선에 대한 놀라운 불신 폭발이다.
특히 김 전 의원은 법정에서 “우리 선거 당국이 수출한 전자개표기가 해외에서 부정선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프랑스와 독일이 수개표를 실시하고 대만이 100% 수개표를 한다는 사례까지 들면서 선거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김두관은 투표지 이미지 스캔 파일과 실제 투표지를 일일이 대조하는 검증 작업을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의 주장은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을 줄기차게 외쳐온 인사들의 논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김두관의 법정 주장, ‘부정선거’ 의혹 외쳐온 인사들 논리와 정확하게 일치
김두관은 올 4월 총선에서 경남 양산시을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에게 2084표 차로 패배했다. 김두관은 여론조사에서 16%p 앞섰던 자신의 우세가 선거일에 뒤집혔다며 전자개표기와 수개표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있다고 반발하면서 소송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판사들이 책임자로 있는 중앙선관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당치도 않은 성역(聖域) 행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자당 중진 김두관 전 의원의 주장까지 나온 마당에 민주당은 부정선거 의혹을 극우 진영의 주장으로 일축해온 그동안의 입장을 고수할 이유가 사라졌다. ‘선거 시스템’에 하자가 있다면 자기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을 텐데, 민주당이 왜 선관위를 계속 비호하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선거관리의 신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둥이다.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들을 말끔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다.
만약 일련의 선거가 조작·왜곡된 선거였다면 너무 큰 일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나라가 뒤집힐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부정선거로 인해 정권이 파탄 나고 일대 혼란을 겪은 나라에서 이 논란이 상상하기 힘든 폭발력을 지닌 것은 사실이다. 이 문제를 놓고 정치 세력들도 언론도 폭로와 검증 주장 자체가 언감생심(言敢生心)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수술이 두려워 암종(癌腫)을 치명적으로 키우는 어리석음에 다르지 않다.
정치권·언론의 침묵, 수술 두려워 암종(癌腫) 키우는 어리석음과 같아
어떤 혼란을 겪더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원흉이 있다면 찾아내어 엄벌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단순한 시스템 결함이라면 어떻게든 고치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믿지 않는다고 매질만 할 수준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쯤 된 이상, 온 국민 모두 믿도록 해 줄 책임은 오롯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있다. 만약 ‘무결점’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선거관리 시스템은 하루빨리 리모델링해야 한다. 조직을 바꾸고 구성원들을 새로 짜는 게 온당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더 이상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있으면 안 된다. 중앙선관위는 ‘성역 놀음’을 즉각적으로 멈추라. 이 나라 선거제도는 선관위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절대 아니지 않은가. 민주주의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 한다면 이 나라의 중앙선관위는 폭파하고 새로운 로드맵을 짜는 게 맞다. 선진 민주주의국가들이 왜 전자 투·개표기를 채택하지 않는지 숙고해야 한다. 사전투표가 없다고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는 증거도 없다.
선진 민주주의국가들, 왜 전자 투·개표기 채택하지 않는지 숙고해야
투표율보다 100배 더 중요한 것이 공명한 선거관리다. 개표의 신속성보다 1000배 더 중요한 것이 공정한 개표 관리다. 투표함을 옮기지 않고 현장에서 수개표로 개표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맞다. 참관인 제도를 더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 투표용지 관리 단계에서부터 참관인들이 관여하도록 해야 한다.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는, 엄정한 선거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결코 지켜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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