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먼저, 반복은 놀이로…맞고 틀림이 없는 수업에 아이들은 폭설에도 왔다
7년 경력단절 뒤 집에서 다시 시작, 이제는 엄마들을 놀이영어 교사로 키운다
아이에게 영어를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김은정 퍼플스텝 대표는 유치원 교사, 출강 강사, 학원 원장, 공부방 운영까지 17년간 유아 영어 현장에 있었다. 직접 만든 '원리 이해 파닉스 카드'로 특허를 받았고, 지금은 경력이 끊긴 엄마들을 놀이영어 교사로 키우는 일을 하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 아이가 영어를 싫어하지 않게 되는 방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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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정 퍼플스텝 대표 |
Q.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퍼플스텝 놀이영어 교육 브랜드 퍼플스텝을 운영하는 김은정입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정교사로 2년을 일했습니다. 이후 영어를 다시 공부해 캐나다에서 키즈테솔 과정을 수료하고 돌아와 유치원 출강 영어강사로 7년, 영어학원 원장으로 2년을 일했습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학원을 정리하고 7년간 두 아이를 키운 뒤, 집에서 공부방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놀이영어 교사를 양성하고 교재와 교구, 학습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고 있습니다.
Q. 놀이영어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영어를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변두리 지역에 살다가 중학교 때 교육 중심지에 위치한 학교로 진학했는데,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영어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막막해서 선생님을 찾아갔더니 발음기호부터 무작정 외우라고 하셨죠. 그때 영어를 포기했습니다. 다시 영어를 마주한 건 유치원 교사가 되고 나서였습니다. 외부에서 온 영어 선생님이 '자, 따라 해봐. A, A, A' 하며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지루해서 몸을 비틀고 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영어를 저렇게 가르치면 안 되는데, 충분히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길로 바로 영어 회화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유치원 퇴근 후 근처 학원으로 가 매일 2시간씩, 하루도 빠짐없이 2년을 다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영어를 알려주기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유치원을 그만두고 2년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영어 공부에만 매달리는 학원을 다녔습니다. 총 4년을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하고도 배움에 갈증이 남아, 결국 캐나다로 건너가 키즈테솔 과정을 공부하고 돌아와 영어 강사가 됐습니다. 목표는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였습니다. 나처럼 영어를 포기하는 아이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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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만든 교재와 파닉스 교구 |
Q. 특허받은 '원리 이해 파닉스 카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대학 시절부터 교구 만드는 걸 유난히 좋아했습니다. 친구들이 '아이디어 뱅크'라고 불렀고, 제가 고안한 자석 언어 교구를 본 교수님이 어느 책에서 베낀 것 아니냐고 물으실 정도였습니다. 엄마가 된 후에도 그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특허를 받은 파닉스 카드는 사실 제 아이에게 직접 쓰려고 만든 것이었습니다. 알파벳 조합의 원리를 색으로 구분해서, 글자를 읽기 전인 세 살 아이도 퍼즐을 맞추듯 소리의 규칙을 익힐 수 있게 했습니다. 다른 엄마들이 자기 아이에게 써 보고 특허부터 내라고 권해 출원까지 하게 됐습니다. 카드를 만들 때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다시 꺼내서 놀고 싶어 하는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카드 영상이 조회수 17만 회를 넘겼는데, 엄마들이 먼저 반응해 준 것이 가장 큰 검증이었습니다.
Q. 교육 철학이 궁금합니다.
-'놀이영어(Play-based English)'라고 부릅니다. 놀이가 학습 동기와 기억을 높인다는 하버드대의 연구, 심리적으로 편안해야 언어가 흡수된다는 크라센의 '정의적 여과 가설'에 이론적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 이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과 아직 못 하는 것, 그 사이에 목표를 둬야 가장 잘 배운다는 원리입니다. 그 적절한 지점이 어디인지는 교사가 아이를 면밀히 관찰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단순히 좋은 교구를 쥐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의 반응과 눈높이에 맞춘 '따뜻하고 세밀한 상호작용'을 가장 핵심 교육 철학으로 삼는 이유입니다.
Q.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왜요?'를 달고 사는 아이였는데, 돌아오는 답은 늘 '그냥 외워'였습니다. 그래서 제 수업에서는 아이들의 '왜'에 반드시 답합니다. 왜 이 자리에 이 단어가 오는지, 왜 순서가 바뀌면 안 되는지 알려주죠. 그 답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고 기억을 돕기 위해 노래, 스토리, 교재, 교구, 웹 등을 직접 연구해 수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번 교구와 놀이 방법은 다르지만 원칙은 항상 같습니다. '이해가 먼저, 반복은 놀이로' 합니다. 놀이로 접근하면 지루한 암기 없이도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수십 번 반복됩니다. 그래서 제 수업에는 집에서 써오거나 억지로 외워야 하는 숙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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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로 배우는 수업 장면 |
Q. 아이들 반응은 어땠나요.
-한 어머니가 말을 안 듣는 아이에게 '이러면 영어 수업 안 보내준다'고 했더니 그 뒤로 말을 잘 듣더랍니다. 수업이 의무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된 것이죠. 폭설주의보가 내려 안전을 위해 휴원하려던 날, 아이가 가겠다고 떼를 쓴다며 그냥 수업을 열어주면 안 되겠냐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아이가 수업에 가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배움이 재미있으면 아이는 스스로 찾게 되고, 그런 긍정적인 경험이 쌓여 결국 영어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랍니다.
Q. 놀기만 해서 실력이 늘까 걱정하는 부모도 있을 텐데요.
-영어를 유독 힘들어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아이 본인은 물론 반 친구들까지 모두 그 아이가 영어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시간에 맞든 틀리든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손을 들고 발표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작은 공부방에 아이를 오랫동안 믿고 맡기신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는 것. 놀이에는 맞고 틀림이 없습니다. 아이가 틀린 답을 말해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하고 먼저 인정한 뒤 ' 이렇게도 해볼까?' 하고 제안합니다. 아이는 정답을 찾아가면서도 단 한 번도 틀린 아이가 되지 않습니다. 정답 맞히기에 집중하는 수업에서는 지적받을수록 아이가 입을 닫습니다. 언어는 말이고, 즐거워야 말하고 싶어집니다. 또 다른 어머니는 '놀다만 오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영어를 술술 읽더라'고 하셨습니다. 뭐 하고 왔냐고 물으면 아이는 늘 '게임하고 놀았어'라고 답합니다.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인 지식은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가서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입을 여는 아이가 됩니다.
Q. 공부방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대표님 아이들도 이 방법으로 키우셨나요.
-네, 제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치며 시작한 방법입니다. 학원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던 시기에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첫 번째 실패(영어 포기) 못지않게 경력이 멈춰 서는 큰 위기였습니다. 그 뒤 7년 동안 두 아이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지냈습니다. 큰아이가 일곱 살, 작은아이가 네 살이 됐을 때 다시 일하고 싶었지만, 어린 두 아이를 돌보며 밖으로 출퇴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제 아이들에게 제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주변 어디에도 그런 교육 기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들을 첫 학생 삼아 동네 친구들과 집 거실에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자란 제 아이들이 효과를 온몸으로 증명해 주었고, 학부모들의 입소문만으로 홍보 한 번 없이 반이 가득 찼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주입식 교육에 지쳐 나와 같은 교육관을 간절히 찾고 있던 엄마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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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사 양성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P U R PLE STEP 공부방을 운영하며 두 가지 현실을 보았습니다. 첫째는 대부분의 엄마가 아이에게 직접 영어를 알려주고 싶어도 구체적인 방법을 모른다는 것, 둘째는 경력이 끊긴 여성들에게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할 수 있는 공부방이 가장 현실적인 일자리라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기에 그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교재나 교구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가르치는 방법 자체를 전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3 년간 수많은 경단녀 어머니들이 교육 과정을 거쳐 당당히 자신만의 공부방을 열었습니다. 현재는 민간자격 과정인 '놀이파닉스지도사'와 파트너 교사 프로그램인 '맘투티처'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3년간 교사를 양성하며 현장 교육만으로는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교사용 LMS 학습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교사가 수업 전 내용을 완벽히 숙지해 테스트에서 80점 이상을 통과해야만 다음 수업 커리큘럼이 열리는 구조입니다. '준비된 교사만이 아이 앞에 서야 한다'는 원칙을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어는 잘해야 하는 시험 과목이기 전에 즐거운 놀이여야 합니다. 가르치려 하지 마시고 아이와 함께 신나게 놀아주세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느라 잠시 사회적 경력이 멈춘 엄마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를 직접 먹이고 품으며 키워낸 그 시간은 경력 단절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교사 경력'을 쌓은 시간입니다. 영어를 두려워하는 아이가 대한민국에서 단 한 명이라도 줄어드는 것, 그것이 퍼플스텝이 걸어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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