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떠나서도
어쩌다 찾아와 가슴 밑바닥에 똬리를 틀기도 한다
[시]
나를 깨우는 소리
박명화
사람의 간격에는 척도를 들이댈 수 없다
깊이와 넓이를 무엇으로 잴 수는 있어도
내 안에 머물렀던 시들은
먼 길 떠나서도
어쩌다 찾아와 가슴 밑바닥에 똬리를 틀기도 한다
그것들을 보면
잊었노라 버렸노라 외면을 해봐도
무시로 나를 채근(採根)한다
내가 나를 모른다
아니, 뭐
멍청하려고 그러려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한 평 남짓의 빈 하늘이 웃는다
내 가슴 곳간은 아직도 남아있을까?
머쓱해진 나는
먼 곳의 그녀가 보내온 꽃 사진을 본다
어느 한 곳의 꿈틀거림이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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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무던하다.
한때 자신을 자조(自嘲)하며 버렸던 시들을 다시 바라본다.
잊고자 해도 잊히는 것이 아니라
불쑥불쑥 찾아오는 감성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다.
2연의 3행 ‘하늘을 올려다보면 한 평 남짓의 빈 하늘이 웃는다’
3연의 2행 ‘먼 곳의 그녀가 보내온 꽃 사진을 본다’ 문장을 통해
감각이 작용하도록 순응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필자도 시인의 한 사람으로 응원을 하며
시인이 다시 설 수 있기를 빌어본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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