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역사소설-안 휘] 동해영웅 이사부 -<11>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0-08-14 20: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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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수호 예술문화 프로젝트-이사부의 우산국 정벌 전쟁사>

마당 넷. 잠입(潛入) / 4.2 우직

[장편 역사소설-안 휘] 동해영웅 이사부 -<11> / 그림 : 문악보 화백

    

왜인들이 모두 봉우리에서 내려간 다음에야 이사부는 명진과 함께 굴러 떨어진 거대한 바위가 서 있던 터 쪽으로 다가갔다. 바위가 서있던 자리에서는 여전히 콸콸 솟아올라 계곡으로 쏟아지고 있는 선혈이 느껴졌다. 참담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는 이사부에게 명진이 물어왔다.

 

이게 이렇게 되면 어찌 됩니까요? 울릉도에 무슨 큰 횡액이라도 생깁니까요?”

 

이사부는 어두운 표정을 풀지 못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성인봉 산봉우리들은 울릉도에서 큰 장수를 배출시킬 지기(地氣, 땅의 정기)를 안고 있다. 그런데 저놈들이 이 산의 대동맥 기혈을 끊어놓았으니 그 정기가 흩어져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사부의 말을 들으면서 명진은 눈을 빠르게 몇 번 껌벅거렸다.

 

그럼 잘 된 일 아닙니까요? 울릉도를 복속시키려는 신라로서는 좋은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요?”

 

아니다. 그렇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 기혈을 끊은 자들이 왜인이라는 사실이다. 저들이 울릉도 정기의 혈맥을 왜 끊었겠느냐. 저들의 속셈은 단지 여기에 그쳐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잘 생각해야 한다.”

 

명진은 이사부의 설명을 듣고도 그게 무슨 소리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사부는 자기를 멀뚱 쳐다보고 있는 명진의 얼굴을 살피면서 설명을 더 이어가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주저를 내려놓았다.

 

바위가 뽑힌 구덩이를 안타까운 눈으로 둘러보며, 이사부는 연신 혀를 찼다. 끊어진 혈자리를 다시 이을 방법이 없을까 궁리도 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뚝 잘려버린 기맥을 다시 이을 묘책은 떠오르지 않았다.

 

네 이놈들! 도대체 어떤 놈들인데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하느냐?”

 

그때였다. 이사부와 명진을 향해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며 오르막길을 차고 올라오는 사람이 있었다. 쩌렁쩌렁한 그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산을 울렸다.

 

봉우리의 북북서 방향 아래쪽이었다. 뽑힌 바위 터 자리 그 아래로 저만큼 뻗어 내린 가파른 절벽 옆길을 손에 든 장(, 지팡이)을 휘두르며 허둥허둥 올라오는 사내 하나가 보였다. 가깝지 않은 거리였지만, 이사부는 그의 풍채가 가볍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내의 발은 빨랐다. 얼마나 서둘렀던지, 오르막 산길을 차고 올라오는 발걸음에 흥분이 넘쳐났다. 사내는 순식간에 이사부와 명진의 앞으로 다가왔다. 덩치가 크고 투박한 외양이었으나 눈빛은 예사롭지 않게 매서웠다. 마흔을 갓 넘겼음직한 중년남자의 얼굴에는 희끗한 구레나룻이 꽤 성글고 짙었다. 그는 우선 바위가 뽑혀진 자리에 다가가 슬픈 표정으로 그곳을 살폈다.

 

아아,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 장수바위를 뽑아 성인봉의 기혈을 싹둑 잘라놓았으니 장차 이 일을 어이할꼬? 이제 울릉도는 망했구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더니 결국 사내는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한참을 그러던 중년 사내는 이사부와 명진의 존재가 다시 생각난 양 몸을 홱 돌려 지팡이를 내둘렀다.

 

, 이놈들아! 지금 너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하느냐? 여기 이 혈 자리에서 콸콸 솟아오르는 검붉은 피가 너희들 눈에는 도대체 보이지 않는 것이냐?”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 노기가 철철 넘쳐흘렀다. 이사부는 겸손한 낯빛을 지으려고 애쓰면서 차분히 말했다.

 

뭔가 오해를 하신 듯한데, 고정하시지요. 이 자리에 서 있던 바위를 뽑아 내린 것은 저희들이 아니올시다. 우리도 산을 오르다가 바위 밑을 파서 아래로 굴려 내리는 일단의 무리들을 우연히 목격했을 뿐이라오.”

 

그대들이 이런 몹쓸 짓을 한 자들이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누가 이런 무도한 짓을 했다는 말이오?”

 

사내는 목소리를 약간 누그러뜨리면서 말했다. 이사부는 낮은 음성으로 천천히 설명했다.

 

제가 그들의 말소리를 들어본 바로는 틀림없이 왜인들이었소이다.”

 

왜인들? ……아아, 그놈들이 정녕……?

 

사내는 뭔가 짐작이 가는 바가 있다는 듯이 말투를 바꾸며 얼굴에 낙망의 빛을 가득 담았다. 사내가 다시 물었다.

 

그놈들의 모습이 어땠는지 자세히 말해주시오. 도대체 몇 명이나 됩디까?”

 

그들의 수는 십여 명 쯤 되어 보였고, 꼭두새벽부터 이곳에 올라와 작업을 한 것 같았소. 비범해 보이는 풍모를 지닌 장정 하나가 그들을 지휘하고 있더이다.”

 

그러자 사내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키가 작고 몸피가 완강하지 않던가요?”

 

맞소이다. 멀리에서 보기에도 어깨가 떡 벌어진 그 장정은 범상한 체신이 아닌 듯했소이다.”

 

모야(毛野) 장군이로구먼. 결국 이 짓거리를 하려고 그자가 울릉도엘 들어온 게야.”

 

사내는 혼잣말을 하듯 뇌까리면서, 이제야 뭔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의 짙은 눈썹이 실룩거렸다.

 

이런 쳐 죽일 놈들! 울릉도를 집어삼킬 작정으로 들어와서 그예 이런 참혹한 만행을 저지른 것이 틀림없으렷다!”

 

분기를 누르지 못하고 있는 사내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깊어지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산천의 기맥을 볼 줄 아는 것으로 보아서 평범한 인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해의 곁에서 무슨 벼슬을 맡은 자인가? 따져보니 꼭이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이 섬을 우산국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울릉도라고 일컫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대체 그대들은 뉘시오? 행색을 보아하니 여기 섬사람은 아닌 듯하오만?”

 

한동안 식식거리고 혀를 차며 뽑혀나간 바위자리를 맴돌던 사내가 불현듯 이사부를 향해 다가왔다.

 

. 저희는 유랑 삼아 장사를 좀 해볼까 하고 뭍에서 가까스로 건너온 등짐장수들이올시다. 우연히 이런 해괴한 장면을 목도하게 됐소이다.”

 

, 그러시오? 그럼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나는 이 섬에 누대를 이어 고깃배들을 부리며 살고 있는 우직(于直)이라는 사람이오.”

 

어쨌든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구려. 이 몸은 하슬라 저잣거리에서 시전을 열고 있는 박이종이라 하옵고, 함께 온 이 자는 제 수하올시다.”

 

명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명진이라고 합니다요.”

 

우직이라는 사내의 눈빛에 의심의 그림자가 살짝 스쳤다. 행색을 넘어서는 사람의 기색에서 뭔가 께름칙한 느낌을 받았던지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들은 한동안 바위자리 옆에 함께 서서 큰 바위가 뽑혀 굴러떨어진 절벽 아래를 망연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직은 여전히 바위가 뽑힌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며 난감해했다.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 그래? 저 수백 길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떨어진 장수바위를 다시 주워서 원래 자리로 올려놓을 재간도 없고…….”

 

우직의 얼굴에는 눈물보다도 더 짙은 안타까움이 그득했다. 할 말을 마땅히 찾지 못하고 있던 이사부가 화제를 돌려 질문을 던졌다.

 

이 섬에 왜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소이까?”

 

우직은 여전히 까마득한 벼랑 저 아래 아무렇게나 굴러떨어져 있는 바위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많이 들락날락하지요. 하지만 이번에 들어와서 이 짓을 한 자들은 좀 달라요. 복색은 민간차림이어도 왜병들이 틀림없는 것 같았소. 특히 그 모야 장군이라는 자는 예사 인물이 아닌 모양입디다.”

 

모야 장군? 그자는 언제 이 섬엘 왔소이까?”

 

울릉도에 들어온 지 달포쯤 되었지요. 한 떼의 사내들을 끌고 다니면서 뭔가를 찾고 있더니, 그게 이 장수바위였던 모양이오. 결국 바위를 뽑아버렸으니 낭패가 아닐 수 없구려. 내 미처 저놈들의 흉계를 알아차리지 못해 이리 무참한 일을 당했으니 어찌할꼬…….”

 

우직은 한숨을 깊게 쉬었다. 울릉도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 읽혀졌다. 이사부는 그의 속내를 더 알고 싶어졌다.

 

저들이 또 무슨 일을 더 할지 알 수 없겠군요.”

 

지금 이런 짓을 한 것으로 미루어 저들은 우선 이 섬의 정기를 모조리 끊을 심산인 것으로 보이오. 필경 뭔가 험한 일을 더 꾸밀 거요.”

 

우직은 장수바위라고 불리는 바위가 뽑혀나간 자리를 다시 한번 둘러보면서 난감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한동안 그렇게 침묵을 이어가던 그가 이사부에게 정색을 하고 물었다.

 

그런데, 그대들은 장사를 하러 왔다면서 이 성인봉엔 왜 올랐소?”

 

이사부의 가슴이 뜨끔 저렸다. 처음부터 우직이라는 자가 여간내기가 아니리라는 느낌이 들더니, 역시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장사도 장사지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일찍이 울릉도의 풍광이 수려하다는 소문을 듣고 한 번 보기를 소원했던 터라 겸사겸사 건너왔다오. 여기 이 봉우리가 제일 높기에, 오르면 섬 풍광을 다 볼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무심코 올랐을 따름이오.”

 

그때 눈치만 보고 있던 명진이 나서서 설명을 보탰다.

 

사실은 소인이 몇 년 전 장사를 하려고 울릉도엘 건너와서 며칠 묵고 간 적이 있었습지요. 그래서 전주님께 이곳 산과 바다가 절경이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 올렸더니 한 번 가보자 하셔서 이렇게 모시고 왔습니다요.”

 

우직은 여전히 의심이 다 풀리지 않은 눈빛으로 이사부와 명진을 한참 더 톺아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그나마나 박이종 전주 당신은 풍수지리 공부를 좀 하신 것 같은데, 맞지 않소?”

 

, . 공부를 했다고 말하기는 부끄럽소이다.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산천을 주유하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됐습지요. 그저 견문을 조금씩 넓혀가는 중일 뿐이오.”

 

그렇다면, 지금 이 장수바위가 무참히 뽑혀진 일을 어떻게 보시오?”

 

얕은 소견이라 내 짐작이 들어맞을지는 모르지만, 왜국이 이 섬을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품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혹이 생기는 구료.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울릉도의 주 혈맥을 이렇게 끊어놓을 이유가 없지 않겠소이까?”

 

우직의 얼굴에 처음으로 화기가 돌았다.

 

정확하게 맞추셨소. 저놈들의 행동이 수상하여 조금씩 의심해왔으나 이제야 분명하게 알 것 같소이다. 장차 저놈들의 흉계를 어찌 막아야 할지 걱정이구려.”

 

이사부는 그 대목에서 우해왕 이야기를 꺼내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아직은 위험할 것 같아서 참았다. 여전히 우직의 정체조차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저기전주님! 시장들 하실 텐데 잠시 앉아서 요기라도 좀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요?”

 

이사부와 우직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명진이 분위기를 돋울 겸 해서 제안을 했다. 그러고 보니 새삼 시장기가 깊었다.

 

아닌 게 아니라 배가 많이 고프군요. 저희에게 요깃거리가 좀 있으니 함께 드십시다. 명진아. 먹을 것들을 좀 꺼내라.”

 

알겠습니다요, 전주님.”

 

명진이 이제는 군주라고 부르는 실수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사부는 우직의 팔소매를 잡아 근처에 있는 평평한 바위 쪽으로 이끌었다.

 

*

등짐에서 꺼내어 놓은 마른 음식들을 세 사람은 한 동안 말없이 먹었다. 곶감과 잣을 멧돼지 육포에 싸서 먹거나 대추를 솔잎과 함께 씹었다. 울릉도에서는 귀한 음식이어서 그랬던지 우직은 마른 음식을 씹으면서 이게 무슨 맛일까 눈을 자주 껌벅거리는 모습이었다.

 

실례지만, 우직 선주께서는 울릉도 어디쯤에 살고 계시오?”

 

나는 섬 북쪽 예선창(고선창古船昌, 천부天富)이라는 곳에 살고 있소.”

 

고깃배들을 부린다 하셨는데, 몇 척이나 갖고 계신지요?”

 

돛배 네 척에 거룻배 일곱 척이오. 고조할아버지 대부터였으니 꽤 오래 됐지요. 헌데 박이종 전주께서는 울릉도에 언제 어떻게 건너오신 것이오?”

 

. 저희는 어젯밤 섬 왼쪽 어딘가 암벽 아래로 배를 댔소이다. 지리를 몰라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배꾼들이 배를 붙이는 일도 어려웠거니와 가파른 산을 오르느라 또 혼이 났지요.”

 

큰 황토구미(태하台霞)나 학포(鶴圃) 쪽으로 들어오신 모양이구려. 그 쪽은 배를 쉽게 댈 만한 곳이 못 되지요.”

 

지형을 통 모르니 그냥 무작정 비탈 산을 넘어오다가 야숙을 하고, 아무래도 사방이 다 보이는 곳에 올라야 어떻게 돌아볼 것인가 길머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봉우리를 올랐습지요. 산을 오르다 보니 정말 경치가 일품입디다.”

 

울릉도 산수 칭찬에 우직은 한결 경계심이 풀려가는 것 같았다. 마침 날이 맑아 시야가 확 트여 있었다. 우직은 들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멀리 서북쪽 해안으로 뻗은 뾰족한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내 고향 땅이어서가 아니라, 울릉도 풍광은 정말 최고지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저 송곳봉 왼쪽으로 용포와 광바위가 있다오. 그 오른쪽에 있는 동네가 바로 내가 사는 예선창이지요. 성인봉 북편 아래에 있는 송곳산, 미륵산, 간두산, 나리산이 에워싼 평평한 나리촌(羅里村)이 그 안쪽으로 펼쳐져 있다오. 섬 오른쪽 끝 저기를 두루봉이라 하고 그 아래쪽을 석포라고 하지요.”

 

구멍바위(孔巖, 코끼리바위)는 어디쯤입니까요?”

 

우직의 설명을 들으며 작은 눈을 부지런히 깜박이고 있던 명진이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물었다. 우직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구멍바위는 저기 송곳봉 앞바다에 있지요. 이름이 명진이라고 했던가? 구멍바위를 어떻게 아시오?”

 

, . 소인이 오래전 다른 장사치들을 따라서 잠시 건너왔을 적에 누군가에게 그런 기묘한 바위가 있다고 들었습지요. 하지만, 그때는 돌아다닐 형편이 되지 못하여 살펴본 곳이 별반 없었고, 그나마 세월이 지나다 보니 기억에 남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요.”

 

우직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시 섬의 우상(右上)귀에서부터 한 바퀴 오른 쪽으로 빠르게 빙 돌려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저기 나리봉 앞쪽에 와달리라는 곳이 있고, 그 한참 아래 오른쪽이 모시개(저동苧洞), 그 아래쪽 섬 우하(右下)지역이 새각단과 우복(又復), 옥천(사동砂洞)이고, 그 아래쪽이 깎아지른 절벽인 통구미, 그 옆쪽에 골계와 구암(남서南西)이라고 하는 곳이 있지요.”

 

지명만 들어도 신비롭게 여겨지는군요. 차차로 유람을 해보면 정말 일품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사부는 우직이 가리키는 곳들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섬의 지리를 익혀 나갔다. 섬은 안에서 보기에도 완사지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가파른 구릉 일색이었다. 뭍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지형들이 생경스러웠다.

 

아직 어디 유할 곳도 없을 터이니, 일단 우리 집으로 가십시다.”

 

고마운 말씀이시오. 선주께서 그리 편의를 보아주신다하니 감사하기 그지없소이다.”

 

이사부는 호의를 베풀고자 하는 우직에게 고개를 숙여 깍듯이 예를 갖췄다. 명진이 풀어놓았던 등짐 궤짝을 다시 추슬러 묶는 동안 우직은 파헤쳐진 장수바위 자리를 다시 한번 둘러보면서 혀를 찼다.

 

 

<후편에 계속>

 

안 휘 소설가

 

[작가 소개]

 

안 휘 소설가

문학21 신인상 수상(소설)/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저서-장편소설] ‘동해영웅 이사부’, ‘이인좌의 봄’, ‘애숙의 나라’ [소설집] ‘광어와 도다리’, ‘치와와 실종되다’ [연재소설] 경기신문 강남 여우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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