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병환] 참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가벼움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0-11-09 15: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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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협력을 시동하고 있다면 여야가 따로 할 것이 아니라 국회 외통위 차원에서 단일 방문단을 구성하면 될 것 아닌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내년 초 여야 합동 방미단을 꾸리자고 하였다는데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본다.

언론 보도대로 한국 고위 인사들의 방미가 이어질 경우 한국은 공화당 친구들을 잃고 민주당 쪽에서는 눈치 없는 사람들이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 우려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오전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한미관계는 지금 민감한 시기이긴 하지만 늘 소통하는 것이고, 한반도 정세나 한미현안에 있어 기회가 있으면 시기와 상관없이 한미 장관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바이든 후보 측 접촉계획에 대해 일정 자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는 상태라고 하여 바이든 후보 측 인사를 만날 것임을 시사하였다. 그런데 세간의 관심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보다는 강 장관과 바이든 후보 측의 만남에 집중되고 있다.

 

외교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번 외교장관회담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갖는 첫 번째 대면 회담으로 지난 10월 초로 추진되었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취소됨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의 미국 방문을 초청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며, 양 측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공조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할 계획이라 한다. 이번 회담의 의제로 열거한 것을 보면 야당 대변인의 지적처럼 명확하지 않고 구체적이지도 않다. 실제로 시급하고 구체적인 현안이 있었다면 외교부 보도 자료에 나와 있듯이 10월에 있었던 세 번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협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강 장관도 인정하였듯이 민감한 시기, 그리고 시급하고 구체적인 현안도 없어 보이는데 방문하는 것은 바이든 후보 측과의 접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한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민주당은 오는 16일 한반도 테스크포스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후보 측 인사를 만날 계획이며, 국민의힘도 오는 12일 야당 주축으로 만들어진 글로벌외교안보포럼에서 한미관계를 전망하고 한반도 정세를 진단한 다음 바이든 후보 측과의 본격적인 채널 마련에 나선다고 한다. 또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차원에서도 여야 대표단을 꾸려 12월 중 방미를 타진 중이라 한다. 누구 말대로 초당적 협력을 시동하고 있다면 여야가 따로 할 것이 아니라 국회 외통위 차원에서 단일 방문단을 구성하면 될 것 아닌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내년 초 여야 합동 방미단을 꾸리자고 하였다는데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본다.

 

다음으로는 방미 시기가 적절한가의 문제가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출은 선거인단 투표가 이루어지고 결과를 의회가 확인하여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미국의 대선 역사를 보면 어느 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 수를 확보하면 승리를 선언하고 바로 패자의 승복 선언이 이어졌으며, 그 시점 이후 외국 정부 인사들이 승리한 후보 측을 접촉해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금번 대선은 초유의 불복사태가 발생하였으며, 트럼프 후보 측은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연방대법원까지 가보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보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정부의 외교부 장관과 국회의원들이 바이든 후보 측을 만나겠다고 몰려오는 것을 보고 공화당 인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을 보면서 1992년 한국이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하는 과정에서 중화민국(대만)에 대해 취한 행동이 떠오른다. 당시 한국정부는 수교 교섭과 관련하여 중화민국 측에 사전에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으며, 수교가 결정되자 바로 명동에 있는 중화민국 대사관을 비우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관계와 의리를 중시하는 동아시아 가치관에서 볼 때 중화인민공화국 사람들도 속으로는 한국정부의 행동을 비웃었을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의 대북 정책과 소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미국 신행정부의 지지를 받고자 한다면 이런 식의 접근이 아니라 선거유세과정에서 알려진 바이든 후보의 대한반도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미국의 국익과 연결시켜 어떻게 설득력 있게 우리 입장을 제시할 것인가를 충분한 내부 토론과 연구를 거쳐 정립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일부 언론에서는 정권 교체 시 전 행정부 정책이 재검토되는 3-4개월 동안 한국의 주요 관심사와 입장을 알려야 한다면서 우리 측의 부산스런 모습을 발 빠른 대응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우리의 입장을 알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미국 신행정부가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토록 할 수 있나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부통령 시절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고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공감을 표하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와 맥을 같이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더욱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또 하나 지적한다면 현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 측이 외국 각료나 의원들을 만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눌 심적 여유가 있을까이다. 바이든 후보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인한 만일의 사태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신경이 곤두서 있을 것이다. 더하여 대선으로 분열된 미국을 다시 하나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외국 정부 각료 또는 의원과의 만남을 반길 것인가? 한국 측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면담을 수락하여도 속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언론 보도대로 한국 고위 인사들의 방미가 이어질 경우 한국은 공화당 친구들을 잃고 민주당 쪽에서는 눈치 없는 사람들이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 우려된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주 러시아 공사

 

1985년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부 근무를 시작하였으며 2016년 주 러시아 대사관 공사를 끝으로 퇴직하였다. 해외근무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하였으며, 러시아에서 총 4 차례에 걸쳐 약 11년간 근무하였다. 퇴직 후에는 <내일신문>, <프레시안>, <Russia-Eurasia Focus>, <모스크바 프레스>, 러시아 언론<Взгляд> 등에 한-러 관계 및 러시아에 관하여 기고하였다. 저서로는 <시베리아 개발은 한민족의 손으로(2009), <한국 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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