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1499)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1-01-08 10: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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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소유물로 대할 때 생기는 일, 과보호 또는 방임

인간은 어제의 습관대로 오늘 행동하기 마련이다.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이슬람 속담에는 "인간은 조상의 자식이 아니라, 습관의 자식이다'란 말이 있다.

적당한 거리는 우리 삶을 더 여유롭게 해주고, 질서를 잡아준다. 프랑스어로 거리는 '디스땅스(distance)'라 한다.

비록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지라도 적당한 거리 두기는 필수이다. ...그래서 나는 한자성어,

 

 

오늘 아침은 지난 해 한 번 공유했던 가톨릭 교종이신 프란시스코의 작년 메시지를 소환한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사단법인 희망의 책 대전본부가 있는데, 거기서 올해는 "우리대전같은책읽기"로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 가족>을 택했다. 지난해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새롭게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웠다. 지난 3<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알고서, 인문운동가로서 이 문제들에 대해, 이 책을 내용을 아침마다 다시 조금씩 공유하고 있다. 사람이 개별성을 최초로 인정받는 부모와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인권의 두 기둥인 자율과 공감이 뿌리내려 가족 내에서 아이를 소유물처럼 대하는 행동, 가족 바깥에서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하려는 태도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특히 모든 아이들이 자율적 개인, 공감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의 부제가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이다. 코로나-19로 활동이 멈췄지만, 이 겨울이 지나면, 작년 보다 더 진전된 공동체 <우리마을대학>을 통해 내 작은 마을부터, 이윤과 성장보다 생명과 안전, 정의롭고 평등한 삶, 생태계와의 조화를 우선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 계획이다.

 

우리 전체 사회는 우리의 경제 수준에 맞는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려면, 큰 권력과 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위계적 질서를 걷어내고 사람의 개별성을 존중하며 타인과 공감하는 태도의 변화, 일상의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마음이다. 더 많은 민주주의, 더 작은 민주주의가 일상의 곳곳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마음이다. 당분간 아침마다 조금씩 <이상한 정상 가족> 이야기를 하는 이유이다.

 

오늘 아침은, 어제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로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를 말해준다"이다. 우리 사회를 잘 지키려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훈육의 대상이 아닌 인권의 주체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1989)은 어린아이를 훈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기존 시각에서 어린이가 연약할지라도 어른의 동등한 가치를 지닌 인간이고 권리의 주체라는 시각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 냈다. 협약이 체벌을 금지하는 취지도 만약 성인을 때리는 것도 이유를 불문하고 허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175월 현재 가정 내 체벌을 포함하여 아이들에게 모든 종류의 체벌을 명백히 폭력으로 규정하고 법으로 전면 금지한 나라는 전 세계 52개국뿐이라고 한다. 법안 제정이 중요하다. 법은 한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반영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가치의 전환과 확산을 이끌어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정 내 체벌금지를 법에 명시해야 하는 이유는 부모들을 범법자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 아이들도 성인들과 똑같은 정도로 모든 종류의 폭력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부모의 권리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정의를 <독일기본법>(한국의 헌법에 해당)에서 찾았다. "자녀의 보호와 교양은 자신적 권리이자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부과되는 의무이다. 그의 행사에 관하여는 국가 공동체가 감독한다."(6조 제2)

 

체벌과 학대 문제 이외로, 자식을 소유물로 대할 때 생기는 일은 다음과 같이 둘 중 하나이다. 과보호 혹은 방임. 이 문제도 아이를 독립적 존재로 바라보지 못하고 소유물로 바라보는 깊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보호는 부모의 과잉교육과 지나친 간섭이 정서적, 신체적 학대의 양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방임의 경우는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하다가 툭하면 스트레스와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적당한 거리와 존중을 유지하지 못해 과보호와 방임의 두 극단이 생겨나는 것이다.

 

실제 우리가 균형적인 삶을 살려면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배철현 교수는 '거리 두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나는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이다. 나는 이 말을 '물리적 거리 두기'로 바꾸었으면 한다. 두 번째는 '다른' 자신의 삶을 응시해 군더더기가 없는 삶으로 전환하는 '생활 속 거리 두기'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이 '수동적인' 거리 두기는 개인의 자발적이며 능동적인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을 통해서만 성공한다. 배철현 교수가 말하는 개인의 '생활 속 거리 두기'란 자신의 언행을 깊이 관찰하는 '자기 응시'가 필수다. 인간은 어제의 습관대로 오늘 행동하기 마련이다.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이슬람 속담에는 "인간은 조상의 자식이 아니라, 습관의 자식이다'란 말이 있다. 습관이 운명이라는 말과 이치가 통하는 말이다. '생활 속 거리 두기'란 그런 어제의 삶을 지속하고 연명하려던 자신을 연민의 눈으로 보는 행위다. 그런 과거의 자신의 생각, , 그리고 행동을 천천히 복기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고 감동적이지 않은 언행을 버리겠다고 다짐하는 결심이다.

 

지금 우리에게 '거리'라는 말은 강요받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적당한 거리는 우리 삶을 더 여유롭게 해주고, 질서를 잡아준다. 프랑스어로 거리는 '디스땅스(distance)'라 한다. 나는 배철현 교수가 내리는 거리 두기에 대한 다음 정의를 전적으로 동의한다. "거리는 우주 안에 존재하는 만물을 개체로 존재하게 만드는 유일한 장치다. 만일 만물이 '거리 두기'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다. 우주 안에서 그런 거리를 용납하지 않은 상태가 '혼돈(chaos)'이며 혼돈이 지배하는 장소가 '블랙홀'이다." 블랙홀 안에서 만물은 거리 두기를 파괴한 채, 무형의 한 덩어리로 존재한다. 따라서 개인으로서의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타자와의 거리 두기가 필수적이다. 비록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지라도 적당한 거리 두기는 필수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 거리 두기를 무시하고 상대방의 공간을 무례하게 침입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이며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다. 그래서 나는 한자성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오늘 아침은 문숙 시인의 <집착>이라는 시를 다시 공유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이다. 아침 사진은 웃자고 공유한다. 이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고향 친구들과 대전역에서 찍은 것이다.

 

 

집착/문숙

 

 

그물망 속에 든 양파

서로 맞닿은 부분이 짓물러 있다

간격을 무시한 탓이다

속이 무른 것일수록 홀로 견뎌야 하는 것을

상처란 때로 외로움을 참지 못해 생긴다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상해서 냄새를 피운다

누군가를 늘 가슴에 붙이고 사는 일

자신을 부패시키는 일이다

 

 

아이에 대한 과보호와 방임이라는 아동 학대의 예방을 위해서는 부모교육과 '취약 가정'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를 심각하게 학대한 가족들의 경우를 보면, 부모가 사회적 고립 상태이거나 가족 구성원 간 갈등이 심한 경우, 별거나 동가 등으로 제도적 결혼을 벗어난 경우, 양육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 게임 중독에 빠진 경우들이었다.

 

우리 사회의 경우, 과도한 사교육 압박을 포함한 이이들의 과잉보호, 과잉 통제, 과잉 기대 그리고 과잉 애정들도 심각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부모로부터 과보호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일수록 낮은 자존감과 우울로 인해 무기력하고 복종적인 태도를 보이고, 게다가 이런 아이일수록 강한 아이들의 공격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폭력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는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여 자율성을 키워가는 시기인데 이럴 때 부모의 과잉보호적 양육 방식은 자녀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로 키워야 한다.

 

아동기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과보호적 통제를 많이 경험한 학생은 자아가 약해 낮은 자존감과 우울로 인해 무기력하고 복종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아이는 폭력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학교폭력의 피해가 되기 쉽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일상생활에서 우울을 더 많이 경험한다. 왜냐하면 거절과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긴밀한 대인관계에 집착하거나 반대로 친밀한 관계 형성을 기피한다.

 

학교성적이 대학 입학, 취업, 결혼까지 이어져 풀기 어려운 매듭처럼 얽히고 꼬인 교육 제도, 학력 차별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위와 같은 양상이 벌어지게 된 이유를 꼭 부모의 과잉 기대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 아이들은 '놀 권리'를 간절히 원한다. 10대들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이 6시간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주 단위로 하면 성인의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보다 더 오래 공부를 하는 셈이다.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놀 공간이 없다. 아이들에게 동네 놀이터는 공터 이상의 의미, 동네를 안전하게 느끼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놀이터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지고, 돈을 내고 놀이를 사야 하는 키즈 카페가 성업 중이다. 살인적인 학습량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심지어 학교 운동장에서 놀기도 어렵다.

 

경쟁과 수익 창출이 지상과제일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장소는 공적인 삶이 이뤄지는 곳이다. 동네의 놀이터와 골목길은 아이들이 공적인 삶을 배우는 공간으로 다시 되찾아야 한다. 그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목적 없이 놀면서 아이들은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차이를 협상하고 갈등의 타협점을 모색한다. 그렇게 민주적인 마음의 습관을 키운다. 그런 물리적 공간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필요한 것이 자율적 개인으로 개인이 집단에 주눅 들지 않고 서로 다름을 배척하지 않으며 각 개인들이 느슨한 연대를 유지한 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열린 공동체를 만들면서 공감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 열린 공동체 안에서는 각자 개별성을 존중하고, 타인과 공감하는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

 

우리는 사회가 함께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 없이, 남을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안으로 모두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놀지도 못한 채 일찌감치 떨려 나거나 부모의 소망은 충족시켰을지언정 자기 인생을 위해서는 아무 결정도 못 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아이들에게 맘껏 놀며 자기 속도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힘껏 가보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인문운동가의 역할이다.

 

나는 고달픈 현실을 힐링하며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해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현실을 필링하는 말()에 들러붙은 '등에(쇠파리, gadfly)'가 되어 새로운 상상의 '산파(産婆)'가 되고 싶다. 인문운동가는 현실에 천착(穿鑿,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함)해 있지만, 어느 편에 서서 통치나 저항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등에'처럼 모든 권력을 문제 삼아 비판하는 가운데 새로운 상상을 하는 통로이며, 통로를 만드는 '산파'라고 보기 때문이다.

      

라벨: 20211월 사진과시 그리고 글, 복합와인문화공간 뱅#2, 인문운동가 박한표

 

박한표  교수

<필자 소개>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겸임교수 )

 

공주사대부고와 공주사대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석사취득 후 프랑스 국립 파리 10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 프랑스 문화원 원장, 대전 와인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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