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인문학적 영화 보기 -<검은 욕망>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8 10: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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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욕망> 딱 한 번의 외도는 옥에 티인가? 흠 있는 옥인가?

▲ [유종필] 인문학적 영화 보기 -<검은 욕망>

     

브레이크 없는 벤츠? 한 번 올라타면 중도 하차가 힘든 멕시코 시리즈물. 18(회당 30분 정도)를 보다 날이 샜다. 치정과 미스터리한 사건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는 불안감, 긴박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화끈한 베드 신은 회마다 거르지 않고 관객의 기대감(?)을 채워주고, 한국의 막장 드라마는 저리 가라 수준의 불륜 버라이어티 쇼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걸 어떡해?

 

▲ [유종필] 인문학적 영화 보기 -<검은 욕망>

  

몰입도 만점의 본격 성인 드라마

 

대학교수이자 판사의 아내 알마(마이테 페로니 분). 부와 권력과 명예를 움켜쥔 결혼 20년 차 이 중년 여성에게도 고민은 있다. 잘나가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의심하는 그녀는 30년 친구인 이혼녀 브렌다와 주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찾아간다. 친구 따라 모처럼 클럽에 간 그녀. 술김에, 홧김에다 친구의 권유와 잘 생긴 자식 뻘 청년의 유혹에 못 이겨 하룻 밤 외도에 빠지면서 평탄하고 유복한 인생에 파란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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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와 사랑에 빠진 학생

 

일생에 딱 한 번의 외도라 치고 시치미를 떼는 알마. 그러나 세상은 그녀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필 바로 다음 날 친구 브렌다가 자기 집 욕조에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사건 직전 그 집에서 외도를 했던 알마는 비밀이 드러날까 안절부절못하는데, 하룻밤 상대 다리오(알레한드로 스페이체르 분)는 그녀의 강의실에 나타나 사랑 고백을 하며 추근댄다. 일생일대 위기에 처해 난감해하는 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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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키는 치정과 변사 사건

 

이렇게 시작된 드라마는 수차례 예상 밖의 반전을 거듭한다. 세상에 믿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더니, 알고 보니 알마의 남편인 모범생 판사 레오나르도는 아내의 절친 브렌다와 비밀 연인 관계였으며, 살인 혐의를 받는다. 이뿐인가. 전직 형사인 그의 형 에스테반은 브렌다를 놓고 레오나르도와 연적 관계였음이 드러난다. 에스테반 역시 살인 혐의를 받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알마는 에스테반에게 다리오와의 외도 사실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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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을 가장한 의도적 접근

 

다리오 역시 알고 보니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의도적으로 알마와 브렌다에게 접근한 것. 다리오의 백만장자 할아버지의 재산 상속과 관련한 두 아들(다리오의 아버지 안토니오와 그 형제)의 갈등 속에 안토니오는 여아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자살했는데, 여기에 에스테반과 브렌다가 주요 역할을 했으며, 레오나르도는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출세 가도를 달렸던 사실이 밝혀진다. 다리오는 모든 걸 알고 있었고, 불행한 과거가 업보로 작용하고 있는 것.

 

▲ [유종필] 인문학적 영화 보기 -<검은 욕망>

 

복수의 초심 대신 싹트는 연정

 

다리오는 복수를 위해 알마와 브렌다에게 접근한 건데, 초심은 어디 가고 알마에 대한 연정이 싹튼다. 복수의 감정과 사랑의 감정은 수시로 교차된다. 알마 또한 강한 부인과 거절에도 묘한 감정이 꿈틀대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욕망과 욕망이 부딪칠 때

 

신은 얄궂은 장난꾸러기인가. 사람의 머리와 가슴을 이런 식으로 싸우도록 만들어 놓았다. 알마는 교수, 판사 부인, 딸의 엄마인 자신과 그저 원초적 욕망을 가진 한 여자인 자신 사이에서 방황한다. 각자의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며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정답은 없다. 각자 자기 방식으로 사는 게 정답에 가까울 뿐.

 

다리오는 알마의 남편 레오나르도에게 접근하고, 딸 소에와도 놀아난다. 모녀를 동시에 농락하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 와중에 에스테반도 동생의 부인인 알마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등 개판 오 분 전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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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일탈의 대가치고는

 

미스터리한 사건도 사건이지만, 드라마를 끌고 가는 힘은 전적으로 알마와 다리오의 묘한 관계에서 나온다. 만일 그 관계를 빼면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흡입력 급감의 삼류 탐정극으로 떨어질 것. 사실 알마가 잘못한 것은 고작 하룻밤 일탈뿐인데도 그 대가는 엄청나다. 보는 사람도 함께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부족할 게 없는 여교수이자 판사 부인에겐 하룻밤 일탈이 그토록 큰 죄란 말인가? 옥에 티인가? 흠 있는 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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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시즌 2

 

드라마의 복잡한 사건 전개를 더 이상 세세히 글로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에스테반에게 살해당한 줄 알았던 다리오가 홀연 뉴욕 브루클린 다리 아래 나타나 에스테반과 모종의 대화를 나누면서 시즌 1이 막을 내리는 것으로 보아 시즌 2가 기대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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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유종필

  

필자 유종필

 

-한국일보/한겨레신문 기자/한국기자협회 편집국장

-서울특별시의회 의원/민주당 대변인/5~6대 관악구청장

대학에서 철학과에 적을 두고 문사철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오랜 시간 위대한 사상과 진리에 취해 책에 탐닉. 일간지 기자로 여기저기 쏘다니며 세상맛을 보았다. * 인생길 동반자와 늘 연애하듯 살고, 혼자 있을 땐 자신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산다. * 10년 넘게 세계의 위대한 도서관 70여 개를 탐방, <세계도서관기행>(일본,대만.중국(예정) 번역출간)을 냈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에세이와 같은 리뷰를 쓴다.

    https://m.blog.naver.com/tallsnake/222073888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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