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을 쿵쾅거리는 물의 심장 소리가 들려요
꽃잎들이 수면을 한 꺼풀씩 벗길 때마다 잔잔한 파문이 일어요
[시]
물의 뜰
강성남
꽃잎은 물의 눈꺼풀이에요
수면을 쿵쾅거리는 물의 심장 소리가 들려요
버드나무는 분홍 원피스를 입었어요
꽃잎들이 수면을 한 꺼풀씩 벗길 때마다 잔잔한 파문이 일어요
엄마가 악어 등을 타고 놀아요
건들바람이 긴 혀로 타일러요, 물을 안고 가라고요
엄마가 꽃나무 속으로 예배를 보러 가요
호숫가를 걷는 사람들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려요
졸던 봄이 화들짝! 눈을 떠요
* 강성남
2009 농민신문 신춘문예 등단.
2018년 제26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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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맛보기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이미지가 신선하다.
개화하는 꽃들과 호숫가의
봄 풍경이 어우러진 그 속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금방이라도
기지개를 켜는 듯하다.
‘꽃잎은 물의 눈꺼풀이에요’
이 한 문장을 통해서 꽃과 호수가
봄을 맞아 파문을 일으키는 그림이
환하게 그려진다.
‘수면을 쿵쾅거리는
물의 심장 소리가 들려요’
역시 같은 표현으로서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이 시의 전체를 보면
봄을 키워내는 어떤 존재가 빛난다.
봄이 빚어내는 모든 현상이 경이롭다.
분홍 원피스를 입은 버드나무,
건들바람과 슬리퍼를 끄는 사람들…
모두 찬란하게 봄을 맞이한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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