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사설] ‘공중협박죄’ 입법, 더 늦춰선 안 돼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4-10-09 09: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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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예고 글’ 게시자 검거율 60%…엄벌 체제 시급
미비한 법규 뒷받침해야 할 정치권 대응은 무디고 더디기 짝이 없어
‘살인 예고 글’ 작성자에게 고작 ‘위계공무집행방해죄’ 적용
관련 법규 미비로 효과적 대응 못 한다는 게 수사 현장의 목소리

 

   

야탑역 흉기 난동 예고 글이 올라온 20여 일이 지났음에도 경찰은 작성자마저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는 익명성을 보장하는 해외 사이트로서 작성자에 대한 정보가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흉기 난동 예고공중협박죄관련 입법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한없이 미뤄지고 있는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국민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드는 정치가 실종된 현실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야탑역 흉기 난동 예고 글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은 해외 수사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작성자를 특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사 외에도 흉기 난동이 실제로 발생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은 야탑역 인근에 기동순찰대 3개 팀과 기동대 1개 대대, 지역 경찰을 집중 배치해 순찰을 이어가고 있다.

 

공중협박죄입법 등 한없이 미뤄지고 있는데 대한 비판 여론 높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살인 예고 글게시 사건의 용의자 검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성남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다중 밀집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살인 예고 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년여간 경기남부지역에서만 총 146건이 발생했지만 경찰에 검거된 경우는 88건으로, 전체 건수의 60.2%에 머물렀다.

 

이처럼 수사가 어려운 것은 범인들이 대개 아이디를 개설하는 등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익명성이 보장되는 해외 사이트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해외 공조수사를 타진하고 용의자 압수수색 등 작성자 특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만, 익명의 벽을 뜷고 들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익명의 벽을 뜷고 들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

 

상황이 이런 가운데, 미비한 법규를 보완해 뒷받침해야 할 정치권의 대응은 무디고 더디기 짝이 없다. 지난해 7월 잇단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이를 모방한 듯한 온라인 살인 예고 글이 줄을 잇자 엄벌 필요성이 대두되며 정부와 국회에서 공중협박죄신설이 추진됐지만,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공중협박죄 신설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제21대 국회 당시인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같은 시기에 법무부도 살인 예고 글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비슷한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추진한 바 있다.

 

공중협박죄법안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

 

현재 살인 예고 글작성자에게는 협박죄나 위계공무집행방해죄, 살인예비죄 등의 적용이 검토된다. 그러나 해당 법규들은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 예고가 이뤄지는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작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고 있다. 경찰은 살인 예고 글이 주는 사회적 불안을 줄이고 모방 범죄를 막기 위해선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사한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하는 글이 인터넷에 게시돼 경찰이 일대 순찰을 강화했다. 나흘 뒤인 지난달 24일에는 강원대학교 축제 기간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SNS에 올린 20대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재미 있을 것 같았다는 범인의 답변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글을 재미 삼아 올리는 현상은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대목이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글 재미 삼는 현상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대목

 

물론 소외 속에서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외로운 늑대(Lone Wolf)류의 예비 범죄자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수많은 젊은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접근하여 선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끔찍한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근본 원인부터 찾는 게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모방 범죄 형식으로 번져 나가는 공중협박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규 마련이다. 관련 법규의 미비로 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수사 현장의 목소리. 국회는 즉각적으로 방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맹랑하고 끔찍한 협박에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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