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통계 작성 기관 압박, 주택·소득·고용 관련 통계 수치 조작·왜곡”
대국민 사기극…사실로 드러나면 지위 고하 막론 최고 형량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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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통계 조작, ‘국기문란’ 넘어 ‘국정농단’ 해당하는 중범죄 |
여론조사가 일상화하고 조사기관이 부지기수로 늘어난 요즈음은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기법이 생소하던 옛시절에는 여론조사기관이 계약하는 비용에 맞춰서 “어떻게 만들어드릴까요?”하고 물어서 맞춤식 결과를 도출해 준다는 풍문이 파다했다. 선거철에는 여론조사를 빙자한 교묘한 선거운동도 감행되고, 어쩌다가 그런 행각이 걸려서 치도곤을 당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과연 통계는 여전히 조작을 해도 괜찮은 과학인 걸까?
여론조사 장난질은 설문 설계 단계에서 시작된다는 내막쯤은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다. 질문 기법에 따라서 얼마든지 원하는 답변을 유도할 수 있고, 나아가 응답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도한 민심의 흐름 자체의 물꼬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서 마지막에는 고차방정식의 기술을 발휘해 진짜 민심을 정직하게 담아내는 결과물로 면피를 한다는 뒷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국가 통계 작성 기관을 압박해 주택·소득·고용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왜곡했다는 감사 결과가 또 한 번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감사원이 밝힌 구체적 증거사례들이 새삼 충격이기는 하지만, 돌아보니 이미 지난 정권 내내 “정부의 통계가 수상하다”는 말은 끈질기게 등장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감사원 발표내용을 들으면서, 그때 그 풍문과 의혹이 너무 정확하게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어서 소름이 끼쳤다.
“文 정부 통계 조작” 감사 결과 발표로 세상이 또 발칵 뒤집혀
문재인 정부 5년간 내내, ‘소득주도성장’ 등 잘못된 정책으로 부작용이 나타나자 통계 분식으로 이를 가리려는 행태를 반복한다는 비판은 꾸준히 나왔다. 소득 격차가 오히려 최악으로 벌어지자 청와대 지시를 받은 국책 연구소들이 가구(家口) 대신 개인별로 통계를 재가공해 ‘상위 10% 근로자만 소득이 줄었다’는 왜곡된 수치를 창조해냈다. 문 대통령이 이를 인용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황당 발언을 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불리한 통계가 잇따르자 청와대는 황수경 통계청장을 쫓아내고, 말 잘 듣는 강신욱을 통계청장으로 발탁했다. 새 통계청장은 표본 수, 응답 기간, 조사 기법 등을 바꿔 아예 과거 정부 소득 지표와의 비교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해괴한 만행이 저질러진 것이다. 고용 통계는 세금으로 분식하고, 주 1시간 이상만 일하면 ‘고용’으로 잡힌다는 것을 악용해 휴지 줍기, 새똥 닦기 등 일자리랄 수 없는 공공 알바자리를 대거 양산하기도 했다.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 발표는 이렇다. 감사원은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전 정권 청와대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전·현직 고위 공무원 22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원에 무려 94차례 이상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집값 통계를 조작하도록 했다고 전하고 있다.
“청와대·국토교통부, 부동산원에 무려 94차례 이상 부당 압력 행사”
집값이 올라 청와대의 질책을 받은 국토부 관계자들은 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집값 변동률)로 안 되겠냐”며 수치 조작을 대놓고 요구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 부탁드린다”, “윗분들이 대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조작을 주문했고, 부동산원이 부당한 지시에 반발하자 “예산과 조직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허위 통계치마저도 “더 낮은 확정치를 가져오라”고 호통치고 관철했다니 가가 막힐 노릇이다.
이들은 통계법상 공표 이전 외부 유출이 불가한 통계치를 불법적으로 미리 받아 수시로 변동률을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 직후에는 실제와 달리 집값·전세가가 떨어진 것처럼 보이도록 요구했다. 가계소득 감소나 분배 악화에는 통계청이 임의로 가중값을 조정해 소득 증가율을 높이거나 분배가 개선된 것처럼 주물렀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정권에 유리하게 조작된 통계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엉터리 정책의 성과 홍보 도구로 활용됐다.
정확성과 신뢰성이 생명인 통계를 정부가 나서서 조작하는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조롱을 사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세계 10위권 선진국에서 자행된 통계 조작은 단순히 통계법 위반에 그치는 게 아니다. 국제적 망신이요, 국가 신인도 추락의 빌미다. 이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주권자인 국민을 기망한 죄가 너무나 엄중하다. 국기문란을 넘어서 명백한 국정농단에 해당하는 중범죄인 것이다.
국가 통계 조작, ‘국기문란’ 넘어 ‘국정농단’ 해당하는 중범죄
검찰은 통계 조작을 성역 없이 수사해 진상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또한 공직자들이 두 번 다시 통계 조작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끔 이번 일에 연루된 인사들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감사발표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가공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자 누구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허용하는 최고 형량으로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 실패를 감추려고 언감생심 국가 통계에 손을 대는 무도한 정권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신 관료 등의 모임인 정책 포럼 ‘사의재’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들은 “감사원이 문제 삼은 사안들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는데, 새빨간 거짓말이거나 궤변이다. 그 말이 맞으려면 자기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 집단인 통계청이나 부동산원 구성원들보다 더 통계에 전문성이 있다는 점이 공감돼야 한다. 그래야 말이 되지 않나.
돌이켜 보니, 문재인 정권에서는 유독 ‘통계’ 관련 논란이 많았다. 개중에는 입에 올리기도 무서운 ‘부정선거’, ‘선거 통계 조작’ 논란도 있었다. 울산시장 선거 부정 의혹과 함께 이 논란은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나라가 온통 최악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는 핵폭탄급 이슈다. 시중에 떠도는 말을 함부로 다 입에 담을 수도 없지만, 부디 '선거 통계 부정'은 사실이 아니기를 빌고 또 빈다. 여차하면 이 나라가 국제무대에서 한순간 조롱거리 야만국으로 추락할 수도 있는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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