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Hot] 한동훈, “총선 불출마” 선언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6 20: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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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일성
“민주당 숙주로 수십년 군림,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
“선당후사(先黨後私) 아닌 선민후사(先民後私) 해야”
“불체포특권 포기해야 공천…나중에 어기면 즉시 출당”
김건희 특검법, “총선용 악법…보고받고 논의할 것”
“여당-대통령실은 동반자적 관계…궁중 암투 끼어들 자리 없어”
첫 인선은 ‘48세 초선’ 김형동 비서실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락의 변을 밝히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전면에 내걸었다. 취임 첫날부터 보수정당의 고질적 약점인 프레임 전쟁에서 과감한 공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 위원장은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고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저부터 선민후사(先民後私)’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오직 동료 시민과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면서 승리를 위해서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총선을 앞둔 비대위원장은 전략적 요충지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로 나서서 선거를 지휘하는 관행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날 당 전국위원회에서 96.4%의 찬성률로 비대위원장에 최종 임명된 한 위원장은 불출마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민주당의 폭주와 전제를 막는 데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다수당이 더욱 폭주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30·80년대 학번·60년대생)486, 586, 686이 되도록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 안정 대 심판론의 구도에서 벗어나 운동권 특권 청산과 정치권 세대교체론으로 총선 구도 새판짜기에 착수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또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이 2차 세계대전 중 연설을 인용해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다.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와 전제를 막지 못할 거라고 상식적인 사람은 공포를 느낄 만하지만, 용기를 내기로 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헌신해야 한다용기와 헌신은 대한민국 영웅들이 어려움을 이겨낸 무기였다. 우리가 그 무기를 다시 들자고 촉구했다. 167석 거야(巨野)를 상대해야 하는 당 상황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인천상륙작전 참전군인에 비견하며 절박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또 민주당은 대표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중대범죄로 형사재판 받는 초현실적인 상황인데도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함께 냉정하게 반성하자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는 분만 공천할 것이고, 약속을 나중에 어기는 분은 즉시 출당하겠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달라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100여 명의 취재진과 50명 가까운 의원·당직자 앞에서 연설을 진행한 한 위원장은 연설 중 양손의 손가락 2개를 들어 '따옴표 제스처'를 곁들였고, 의원들은 '옳소' 하는 추임새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동료시민'이란 단어를 이날 무려 10차례나 언급했다.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락의 변을 밝히고 있는 한동훈 위원장

 

취임사 이후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한 위원장은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저는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을 충분히 가진 사람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어떻게 당에서 대응할지는 원내대표의 보고를 받고 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은 25일 고위 당··대 회의를 통해 특검 불가론에 쐐기를 박았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총선용으로 기획된 국민주권 교란용 악법”(26일 원내대책회의)이라고 불가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일각에선 지도부가 총대를 메면서 한 위원장의 정치적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와 한 위원장이 독소조항 제거 및 총선 후 수사등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반감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한 위원장은 수직적 당정 관계 지적에는 여당과 대통령실은 동반자적 관계이지 누가 누구를 누르고 막는 사극에 나올 법한 궁중 암투는 끼어들 자리가 없다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고, 대통령은 대통령의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준석 전 대표 접촉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을 진영과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하겠다. 지금 단계에서 특정한 분을 전제로 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진 않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 위원장은 첫 인선으로 초선의 김형동(경북 안동-예천) 의원을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사법고시 출신으로 한 위원장보다 두 살 적은 48세다. 여권 관계자는 이민청 설립 관련 법안을 두고 두 사람이 대화를 많이 한 게 인선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배우자가 중국 국적을 가진 동포(조선족)여서 이민청 이슈에 관심이 크다고 한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던지면서 특권을 내려놓고 사생결단식으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개혁 공천을 위해서는 영남권-중진 등의 희생을 끌어내야 하는데 불출마 카드로 압박의 명분을 쌓았다는 관측도 있다. 789(70~90년대생)세대를 공천하기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는 것이다. “통합을 강조하는 일반적 취임사와 달리 주적(主敵)을 선명하게 명시해 내부 혼란을 수습하고, 총선 전의를 높이려는 의도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총선 후 휴식기를 가진 뒤 차기 대선에 직행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한 위원장 개인의 정치적 미래와 연관 짓는 시각도 보였다. /연합뉴스 종합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리는

취임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치고

당사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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