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젤렌스키 비난하는 사람들 많아
-정말 우리는 김정은 바짓가랑이 붙잡고 통사정하는 게 현명한 방책일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전하는 것은 인류사의 비극이자 재앙
-아이들에게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이기라고만 가르쳐야 할지도
-인간이 그저 “옳다”, “그르다” 떠들고 있을 따름이라는 톨스토이의 편견은 부정돼야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영원히 잘못되었고 잘못될 것이며, 그들이 옳고 그르다고 여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거작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명문장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보다는 “사람들은 영원히 잘못되었고 잘못될 것”이라는 통찰에 아찔한 진실이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도 없는 인간이 세상사를 놓고 “옳다”, “그르다” 떠들고만 있다는 얘기여서 씁쓸하기 짝이 없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미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안 처리를 호소하면서 했다는 말이 끔찍하다. 그는 “(지원이 없으면) 상황은 훨씬 나빠진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연말 전쟁에서 질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세계의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을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2022년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은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침공하도록 명령했다. 3개월 뒤인 5월 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누구는 우크라이나가 고작 3일 만에 붕괴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어느덧 3개월 이상을 버티고 있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세계 140개국 중 미국에 이은 2위로 평가돼 온 러시아 군의 공격을 22위인 우크라이나 군이 2년이 넘도록 기적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크라이나 장병들의 애국심과 국민의 단결력 덕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잘난 척 떠들어대는 헛똑똑이 정치꾼들이 많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멍청해서 러시아로부터 얻어맞고 있다는 주장이다. 외교력이 어쩌고 사탕 발라서 떠들어대지만 그들의 논리를 요약하면 푸틴의 가랑이 밑을 기더라도 미사일에 얻어맞지는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다. 비렁뱅이 짓을 하더라도 국민을 전쟁의 참화 속에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만들지 않는 것이 올바른 정치지도자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그게 그렇지 않다고 말할 논거는 수백 수천 가지가 되지만 오늘 이 논단에서는 삼가겠다. 그러나 美 CIA 국장의 예측대로 우크라이나가 침략군 러시아 군대에 짓밟히고 마는 것으로 이 전쟁이 결론지어 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날 이후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옳고 그름은 절대로 가르쳐서는 안 될지 모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는 법을 배우라고, 오직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가르쳐야 할지도 모른다.
세계가 그런 돌개바람에 휩쓸린다면 중국의 대만 침공을 비롯해 침략을 꿈꾸는 이 세상의 호전광들은 살판 날 것이다. 입줄에 올리기도 버겁지만, 북한의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앞세워 노골적으로 대한민국을, 일본을, 미국을 겁박할지도 모른다.
북핵 위협에 맞서서 핵무장을 해야 평화가 보장된다는 말을 당랑거사(螳螂居士)의 맹랑한 헛소리쯤으로 치부하는 작자들이 있다. 그들은 대략, 어떻게든 김정은이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도록 꼬시고 설득해야 한다고,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박박 우긴다. 슬프게도, 미사일이나 다연장포를 쏘려고 하는 낌새가 보이면, 재빠르게 달려가 김정은 바짓가랑이 붙잡고 통사정하는 게 현명한 방책이라고 욱대기고 나설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지구촌에서 ‘정의’를 믿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우크라이나가 침략국 러시아에 굴복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김정은도 우리의 무시무시한 국방력이 두려워서 절대로 침략을 결행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에게 ‘침략은 나쁘다’, ‘폭력은 안 된다’하고 떳떳하게 가르치며 사랑의 힘을 깨우쳐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을 불의에 굴복하여 비루하게 살아가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 진짜 옳고 그름은 없고, 인간이 그저 '옳다', '그르다' 떠들고 있을 따름"이라는 톨스토이의 편견은 완전히 부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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