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의 시 맛보기-2012] 이영-풍금 소리

이영 기자 / 기사승인 : 2020-12-07 0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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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가슴에는 철없는 아이가 숨어 살지
푸른빛 꿈은 무시로 일어나
불볕 길인지 샘물 길인지
그리움의 목적지를 찾은 듯
외로워서 비굴했던 시간들을 버렸어
......

      

[]

 

 

풍금 소리

 

 

 

 

이 영

 

 

중년의 가슴에는 철없는 아이가 숨어 살지

푸른빛 꿈은 무시로 일어나

불볕 길인지 샘물 길인지

그리움의 목적지를 찾은 듯

외로워서 비굴했던 시간들을 버렸어

 많았던 세월 뒤로

무서운 독을 마시지 않았음을 천행인 듯

하늘에서 내린 오늘을 오르가슴으로 마셨지

 

누구는 첫사랑 키스를 시바 노래로 바꾸었고

빨간 입술의 그녀는 남자들 가슴에 풍선을 달기도 했어

고고한 그녀는 시를 노래하고

정의의 도사를 발굴하던 그 남자는

범행 현장을 지우고 달콤한 바람을 피웠지

제각기 제 음을 내는 중년들의 끓는 피는

한참을 흘려도 퍼내도 마르지 않을 바람과 샘물이었어

 

*  시바 노래 : 노랫말 사이에 적당히 '시바' 추임새를 넣어서 부르는

       코믹한 창법의 노래를 시인이 '시바 노래'라고 작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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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말한다.

외로운 중년들에게 계몽가를 부른다.

뜨겁고 가슴 벅찬 일탈이 세상의 위로가 되고 세계가 되고

, 최고의 정상에서 이루어내는 모든 에너지를 남김없이 쓰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는 아쉬워할 일이 없기를 호소한다.

그렇게 한바탕 마당놀이에 나와서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또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치열한 경쟁의 구도에서 자신의 색을 내기를 바란다.

적당한 연륜이 겸비된 삶이란 숙성된 가치관과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하루의 일탈에서 보여주는 정열의 색들이 각자 삶의 현장에서 얻어낸

가치관을 말한다.

여기, 그 색들이 모여 한 폭의 그림이 되고 화음이 되어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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