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장에는 찾았거나 아직 찾고 있는 온갖 증언과 자료
뜨거운 질문을 던져온다
[시]
살아야 하는 이유
김건희
한껏 웅크린 그날의 흔적들 주위에도
빌딩 숲은 우뚝 들어서고 말았다
거미줄에라도 목 걸고 싶었을 이제항위안소
진열장에는 찾았거나 아직 찾고 있는 온갖 증언과 자료
뜨거운 질문을 던져온다
오직 살아서 밝히고 싶었던 성 노역의 악몽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원시림
눈 뜨고 싶지 않은 거미가 살고 있었다
한때 박영심 할머니의 더 깊어질 수 없는 처연한 눈물
위안소 흰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헛구역질
찢기고 짓밟히던 치욕이 파닥거리며 마지막 숨 몰아쉰다
숨 거두고서야 비로소 살아 있음이 밝혀지는가
할머니 비운의 숨결 곁에서
간신히 안아 품어 보는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낯선 땅 이름 없는 풀꽃으로 그냥은 쓰러지고 싶지 않았다는 것
위안소 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그날의 거미는
핏대 솟구친 내 목에 피멍빛 노을을 수혈한다
김건희
2018년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시집『 두근두근 캥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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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슬픈 역사를 본다.
상흔을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들여다보며
생의 질곡을 캐어
새로이 치유를 유도한다.
무엇이 삶을?
질문이 남는다.
이 시는,
남녀 간 성의 구도에서
여자의 성이 얼마나
하등시 되었는지
그 아픔을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생명을 창조하는
신성한 구조를
전쟁의 전리품으로 맞바꿈한
그들을 고발한다.
슬픈 역사다.
-할머니 비운의 숨결 곁에서
간신히 안아 품어 보는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낯선 땅 이름 없는 풀꽃으로
그냥은 쓰러지고 싶지
않았다는 것-
치유 목적이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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