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인문학적 영화 보기 <양귀비(楊貴妃)>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0-09-01 02: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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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왜 권력자는 여자를 탐하는 걸까?

 

 

 양귀비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국에서도 영화나 드라마로 여러 차례 나올 정도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러나 장이머우 감독 작품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웅대한 스케일과 장엄한 화면,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의상과 춤추는 장면, 그리고 전투 신. 특히 모든 것을 압도해 버리는 빨강! 빨강! 빨강!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킬링 타임 용으로 굿! 굿! 굿! 화제의 여배우 판빙빙의 춤 솜씨도 대단하다.(뒷모습이 대역인지 모르지만)

    

▲ 양귀비(楊貴妃)

      

장이모우 감독의 장엄하고 화려한 화면

 

이 영화는 양귀비를 꽤 괜찮은 여인으로 그렸다. 절세미인에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연주면 연주, 승마에 격구까지 모든 걸 잘 하는 건 기본. 여기에 사리분별 확실하고 지혜롭고 정숙한 여인으로 나온다. 얼굴 예쁜 게 죄라면 죄지만 요부의 면모는 부각되지 않는다. 당나라 현종이 18번째 아들의 아내, 즉 며느리를 가로챈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과 죽음은 여러 설 가운데 장이머우 감독이 양귀비의 체면을 세워주는 쪽으로 진한 뽀샵을 한 것 같다.

 

▲  양귀비(楊貴妃)

 

▲  양귀비(楊貴妃)

      

남자의 궁극적 욕구는 색탐인가

 

나는 영화의 스토리보다도 '권력과 여자'의 관계에 더 관심이 갔다. 권력(대개 남자)은 여자를 사랑한다. 여자도 권력을 사랑한다. 이유가 뭘까?

      

권력은 세상사를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 힘이다. 목숨 걸고 쥐려고 하는 이유다. 여자 관련은 원초적 본능의 문제. 권력은 쟁취(혹은 습득이라 할지라도) 과정이 지난하다. 권력은 편리하면서도 위험한 물건이다. 권력 쟁취와 유지엔 엄청난 노력뿐 아니라 공포와 불안, 스트레스가 따른다. 그걸 해소하지 않으면 병이 된다. 여기에 보상심리도 작용한다. 그래서 권력자는 동서고금 가리지 않고 색을 탐하는 쪽으로 흘러가기 일쑤다. 영웅호색이란 말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난 것. 권력자의, 아니 남자의 궁극적 욕구는 색탐인가. 동서고금에 권력자의 색탐은 수단 방법 따로 없고 별의별 유형이 다 있지만 며느리를 취하는 것은 막장 드라마 중에서도 상급 수준.

 

 

▲  양귀비(楊貴妃)

 

▲  양귀비(楊貴妃)

 

34세 어린 며느리를 가로챈 당 현종

 

당 현종도 평생을 불안 속에 살았을 것이다. 그 악명 높은 측천무후 시대에 그녀의 손자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황제가 하루아침에 쫓겨나고 목숨을 잃는 권력무상의 장면을 지켜보면서 컸다. 자신도 청년기에 권력투쟁에 뛰어들어 백모와 사촌 남매를 죽이는 골육상쟁의 당사자가 되었고, 그 결과 폐위되었던 아버지를 황제로 재옹위 했다. 또 세력가인 고모 태평 공주 일파를 제거하는 등 권력쟁투의 피비린내를 맡을 만큼 맡은 인물. 그는 부왕이 일찍 양위한 덕에 28세에 황제가 되어 민생과 국방 양면에서 태평성대를 이뤘다. 노년에 며느리이자 34세나 어린 여인을 취하여 귀비 첩지를 내렸다. 황후가 공석이라 사실상의 황후였다.

 

양귀비(楊貴妃)

▲  양귀비(楊貴妃)

     

재위 44년 말년 10년 정도 여자에 빠져

 

역사서에 양귀비는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풍만한 것으로 나온다. 특히 피부가 백옥처럼 희고 눈부셨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여성을 상품화한 것인지, 권력화한 것인지 모를 기발한(?) 화장품 광고가 생각난다.

 

 

여자의 피부는 권력이다

 

시안(西安)에 가면 화청지라고 하는 옛 온천지가 있는데, 양귀비 전용 목욕탕을 발굴해 꾸며 놓았다. 그녀의 하얀 조각상도 만들어 놓았다. 현종은 말년에 정사를 팽개치고 여기서 양귀비에 탐닉했다. 백성들과는 담을 쌓았다. 그 결과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고, 원성의 대상인 양귀비는 피난길에 호위병들로부터 자살 강요를 받아 죽고, 현종도 얼마 안 가서 물러난다. 손에 피를 묻히고 등장하여 무려 44년간 군림한 현종은 황혼 녘 10년 정도를 양귀비라는 궁합 맞는 여자를 만나 인생의 단맛을 보았던 셈이다. 그러나 결국 그가 본 인생의 최종 뒷맛은 쓴맛이었다. 권력이 뭐길래? 여자가 뭐길래?

▲  양귀비(楊貴妃)

 

    

필자 유종필

필자 유종필

 

-한국일보/한겨레신문 기자/한국기자협회 편집국장

-서울특별시의회 의원/민주당 대변인/5~6대 관악구청장

대학에서 철학과에 적을 두고 문사철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오랜 시간 위대한 사상과 진리에 취해 책에 탐닉. 일간지 기자로 여기저기 쏘다니며 세상맛을 보았다. * 인생길 동반자와 늘 연애하듯 살고, 혼자 있을 땐 자신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산다. * 10년 넘게 세계의 위대한 도서관 70여 개를 탐방, <세계도서관기행>(일본,대만.중국(예정) 번역출간)을 냈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에세이와 같은 리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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