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1426)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7 01: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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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만나는 짧지만 긴 여운의 글

세상에 가짜는 있어도 공짜는 없다. 보이스 피싱의 유혹에 물리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공짜'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 + "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 이라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 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다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비판의 대

▲ [박한표]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1426)

     

지난 금요일 오전에 말로만 듣던 '보이스 피싱'에 시달렸다. 그 후유증이 오늘 아침에 서야 육체적 정신적 균형을 되찾게 했다. 보이스 피싱은 음성을 이용하여 개인 정보를 낚아 올린다는 의미이다. 좀 건조하게 말하면, 스마트폰과 같은 수단으로 타인을 속이고 재산 상의 손해를 입히는 특수 사기 범죄이다. 인문운동가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정해진 마음(成心)을 비우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남의 말을 쉽게 믿고, 상상력을 가동하며 없는 현실을 진짜 현실로 가공한다.

 

보이스 피싱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유형의 연락이 오는지 먼저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부류의 보이스 피싱이 바로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회 등 정부 기관을 사칭하며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100% 보이스 피싱이라 한다. 정부 기관에서는 전화로 개인에게 금융정보나 금전을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은행을 사칭하며 대출 처리 비용 입금을 요청하거나 저금리 대출, 대출 광고 등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보이스 피싱 사례로 나온다. 나의 경우는 두 번째였다.

 

세상에 가짜는 있어도 공짜는 없다. 보이스 피싱의 유혹에 물리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공짜'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스마트폰의 문자 메시지 등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파일이나 링크를 받는 경우는 절대 클릭하지 않아야 한다. 그 외 다양한 유형의 보이스 피싱이 있는 것 같다. 상식적이지 않은 이상한 문자나 전화가 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포털사이트에서 '금융사기'라고 치고 살펴보면 유사한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쨌든 SNS에서 만난 보이스 피싱 예방법을 좀 나열해 본다.

 

1. 금융거래정보 요구에 절대 응하지 않는다.

2. 현금인출기(ATM)로 나를 유인한다면 100% 보이스 피싱이다.

3. 내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면, 꼭 확인하자.

4. 전화를 끊지 말라고 급박한 상황을 연출한다면 보이스 피싱이다.

 

사기꾼의 불쾌한 이야기는 여기서 멈춘다. 대부분의 다툼과 갈등의 원인은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고 하는 데 있다. 하나 더 받기보다 하나 더 주겠다는 아주 조그마한 마음의 변화가 거대한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마쓰시다 고노스께는 "10을 받으면 11을 준다"고 했다. 물론 금융사기와 다른 결의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하나 더 받기보다 하나 더 주겠다는 것'이 인문운동가의 인문 정신이다.

 

오늘 아침은 좀 쌀쌀한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이다. 이렇게 좋은 계절도 다 흘러간다. 오늘 아침 사진은 어제 딸과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길에서 만난 단풍과 푸른 하늘이다. 이 예쁜 단풍을 보며, 윤석구 시인의 <늙어가는 길>의 마지막 시구를 기억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아쉬워도/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아름답게/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임보 시인의 <시월>이다. 좀 서정적인 시를 오늘은 공유한다.

 

 

시월/임보

 

 

 

모든

돌아가는 것들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덫을 내리고

 

모든

남아 있는 것들의

발성(發聲)을 위해

 

나는

깊고 푸른

허공에

화살을 올리다.

 

 

매주 일요일처럼, 오늘도 일주일 동안 만났던 짧지만 긴 여운의 글들을 공유한다. 인문운동가의 시선에 잡힌 인문 정신을 고양시키는 글들이다. 그리고 이런 글들은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같다. 이런 글들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그리고 내 영혼에 물을 주며, 생각의 근육을 키워준다.

 

1.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보다 익숙한 불행과 불편을 선호할 때가 많다. (..) 그것이 불행이라고 해도, 새로운 변화보다 익숙한 불행에 길들여지는 것 역시 경로 의존성이다. 하지만 니체도 말하지 않았던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선의, 새로운 것에 대한 호의를 가지라고. 여러 사람이 지나간 길이 관행이 되면, 여간해선 새로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백영옥) 여기서 말하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라는 말이 흥미롭다. 사람들은 가던 길을 이탈하려 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는 말 같다. 소설가 백연옥은 여러 예를 드는데, 이 예가 가장 쉽게 이해가 된다. "컴퓨터 자판 배열도 그렇다. 영어 자판의 배열은 ‘QWERTY’ 순서인데, 이 쿼티 자판은 1868년 발명한 수동 타자기에서 출발했다. 자판이 이렇게 구성된 건 수동 타자기의 자판 봉이 튀어나와 종이에 인쇄하는 아날로그 형식이라, 너무 빠르게 치면 봉이 엉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리 칠 수 없도록 일부러 자판 배열을 고안한 것이다. 1982년 미국표준협회에서는 새 자판 체계를 발표했지만, 사람들은 결국 익숙한 불편을 택했다. 최첨단 폴더블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우리가 아직 19세기 자판의 관성에 갇혀있는 이유다." 나는 상상력을 제거하고 늘 하던 대로 관성을 따르며 의로 의존성에 굴복하고 있지 않은가? 묻는 아침이다

 

2. “'행복은 나눌 때 의미가 있다'. 연결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월든은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문명 생활을 등진 채 월든 호숫가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과 삶을 통찰한 2년여 동안의 이야기다. 세상 모든 예비 자연인이 꿈꾸던 삶이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숨겨져 있는 얘기도 있다. 소로는 지리산에 은둔한 자연인처럼 완벽히 고립되어 있던 게 아니었다. 그는 정기적으로 마을로 내려와 식사를 해결했고, 어머니에게 빨래도 맡겼다. 그는 고립되어 있던 게 아니라 연결되어 있었고, 때가 되면 돌아가겠다는 말도 남겼다. 개인의 독립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선 타인의 도움을 자칫 의존과 연결하기 쉽다. 하지만 혼자 있는 인간은 오래 버틸 수 없다. 그것이 하버드 졸업생 268명의 생애를 72년간 추적해 행복의 비밀을 관찰한 그랜트 연구의 결론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사랑을 밀어내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백영옥)

 

3.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단지 차이일 뿐이다. 이런 취지의 글을 카톡의 어떤 분 글에서 읽었다. "사람들에게 " + "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 이라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 이라고 합니다. 목사는 '십자가' 라 하고, 교통경찰은 '사거리' 라 하고, 간호사는 '적십자' 라 하고, 약사는 '녹십자' 라고 대답합니다. 모두가 다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비판의 대상" 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 입니다."

 

4. 지난 주에 지인의 담벼락에서 읽은 것이다. "최고의 교육은 지적 부지런함의 즐거움을 체험하고 습관이 되게 하는 것이다. 바보와 멍청이가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 같다. 이들이 겪게 될 삶의 어려움은 무엇을 근거로 삼는 속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가짜와 진짜를 분간하기 어려운 것, 남들이 아는 것을 몰라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 등등 수없이 많이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뿌리를 찾아가 보면, 분별력이다. 이것과 저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아는 힘이다. 분별하는 과정에 에너지가 소비되겠지만, 분별된 결과 또한 에너지다. 분별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터득한 것이 범주화이지만, 스스로 범주화하는 틀을 자유롭게 깨지 못하면, 분별력은 고착화되며 새로운 에너지 생성에 한계로 작용될 수 있다. 인문학에서는 이런 분별하는 힘은 지적 게으름'에서 벗어 날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게으름에서 벗어난다고 곧바로 부지런할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부지런했을 때 경험하는 즐거움을 반복을 통하여 즐거움에 향수를 느끼는 무조건반사의 근육이 필요하다. 이것이 교육의 필요성이자 교육이 지향해야 할 일이다." (이순석) 몰랐던 것을 알아 분별하는 힘이 생길 때 느끼는 희열, 즐거움을 경험해야 지적으로 부지런 해진다.

 

5. 난세(難世). "해방 75, 탐욕과 소유 경쟁은 끝났다. 소수의 탐욕스러운 자들이 우리 사회의 부를 거의 다 선점해 버렸고, 이젠 그들이 가진 것들의 값을 올리고 있다. 소수 가진 자와 다수 없는 자 사이에서 종교와 검찰과 언론은 가진 자 편에서 맹활약 중이다. 우리 사회의 진짜 문제는, 상속받을 것 하나 없는 가난한 이들에겐 출구가 없다는 것이다. 공부도, 사랑도, 직장도, 거주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소득도 없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스트레스도 불만도 가득하다. 이런 형편인데도 야당은 어떻게 해서든지 현 정권과 여당을 국민 분노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온갖 특권을 거머쥔 자들이 23, 73억 재산을 불린 죄를 감추려는 짓이다. 이들은 젊은 민심을 교묘히 자극하기 위하여 현 정권 개혁의 기수인 조국, 추미애를 겨냥해 자식 입시 특권, 군대 특권을 누린 것인 양 거짓, 과장을 섞어 마구 떠들어대고 있다. 거짓이 난무하고 있다. 독재 정권에 인맥을 걸치고 성장한 검찰, 종교, 야당, 각종 언론까지 사합이 북 치고 장구 치며 국민 얼을 빼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공정 사회가 아니다. 혼란을 부추겨 정권을 무능함에 빠뜨리려는 것이다. ()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멍청하거나 순진함은 민주사회의 적이다. 이들은 선과 악의 참모습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수의 언론이 살아 있어 감사하다. 이 시대의 악의 뿌리를 들추어내기 때문이다. 종교가 들고 있던 양심과 도덕의 깃발은 꺾이고, 검찰이 들고 있는 정의의 칼은 녹슬어 이가 빠졌다. 교양과 지성의 산실인 대학은 이전투구를 가르치고, 의사들은 이익을 위해 인애를 버렸다. 정치인들은 검찰의 타깃이 될 것이 두려워 겁을 먹었다. 이 난세를 헤쳐나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더욱 좋은 세상을 상상하는 능력, 세상을 혼란 속에 몰아넣는 악의 본질을 통찰하는 지혜, 그리고 지침 없이 악과 싸울 수 있는 용기다. (박충구)

 

202010월 사진과 시 그리고 글 복합와인문화공간 뱅샾62 인문운동가 박한표

https://pakhanpyo.blogspot.com

 

▲  박한표 교수 

<필자 소개>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겸임교수)

 

공주사대부고와 공주사대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석사취득 후 프랑스 국립 파리10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 프랑스 문화원 원장, 대전 와인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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