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럼-2020 제6차] '영화에서 장르가 발전한 이유'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9 01:01:0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최관영(시나리오 작가-영화기획자) 초청 세미나
개인의 욕망과 취향이 더욱 다양화되면서 장르도 더욱 세분화돼

 

 

[발제문] ‘영화에서 장르가 발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관영(시나리오 작가/영화기획자)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중요시하는 요인들이 있죠. 배우, 감독, 소재 등이 있을 텐데요. 그중에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장르일 겁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범죄, 공포, SF, 환타지, 멜로, 로맨틱 코미디같이 말이지요.

 

대개의 예술 작품은 매매가 가능한 재화로서 상품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에서 영화의 장르가 발전한 이유가 나오는데요. 우리가 옷이나 신발을 살 때는 직접 입어보고 신어보고 사게 되겠죠. 오프라인으로 구매를 하더라도 색상이나 디자인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데요. 막상 제품이 도착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하거나 반품하면 되죠.

 

음식은 먹어보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마다 우리가 아는 입맛이 있죠. 짬뽕이나 삼겹살, 김치찌개……. 우리가 그 메뉴를 선택하면 대개 비슷한 맛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매콤한 것을 먹고 싶을 때, 아니면 구수한 맛, 단맛, 새콤한 맛을 원할 때가 있고 육류, 해산물, 채소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를 먹고 싶을 때도 있고요. 대체적으로 우리가 기대했던 그 맛을 알고 있으니까 메뉴를 선택하는 거죠.

 

영화에서 장르란 바로 이런 아는 맛과 같은 것인데요. 영화는 100120분 영화를 보는데 몇십 초 광고를 보고 만 원의 돈과 극장까지 오고 가는 시간과 외출준비의 노동까지 해서 적지 않은 시간과 노동, 금액을 지불합니다. 그런데 몇십 초 광고를 통해서 선택을 해야 하죠. 실제 런닝타임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시간을 보여주고 선택하라는 거죠. 영화를 보고 나서 재미없다고 해도 환불을 해주지는 않잖아요. 소비자,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거죠. 그래야 만족감을 느낄 테니까요.

 

여기서 선택의 큰 기준이 장르가 되는 겁니다. 예술적 완성도와는 다르게 우리에게는 소비의 취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지금 당장 칼칼한 김치찌개를 먹고 싶은데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서 구수한 청국장이 나오면 만족도는 떨어지겠죠.

 

최초의 작법서라고도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보면 장르는 딱 두 가지로만 나뉩니다. 희극과 비극이죠. 희극은 인간과 우리 세상을 이야기하면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비극은 삶과 슬픔과 고통, 사회의 부조리를 중심으로 이야기 전개하면서 말 그대로 비극으로 끝나게 되죠. 장르가 두 가지로만 나뉜다고 해서 소재까지 그런 것은 아니죠. 사랑, 전쟁, 치정, 정치적 싸움, 우정, 의리, 가족애, 인류애. 소재와 주제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지만 장르가 그렇게 세분화되지는 않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욕망이 다양화되고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장르도 세분화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야기 산업의 발전이 따라왔기 때문이지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보면 장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델로, 햄릿, 맥베드 등은 스릴러, 십이야,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로맨틱 코미디죠. 베니스의 상인은 미스터리 추리물이고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경의로운 멜로도 있구요.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혼자 쓰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들이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단순히 그의 작품의 수준과 다양함만 봐도 도저히 한 사람이 썼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경의로운 재능을 보여주죠.

우리의 판소리 이야기도 그렇죠. 춘향전은 멜로고, 흥부전은 코믹 가족 휴먼드라마와 환타지의 결합이고, 적벽가는 전쟁영웅 드라마고, 별주부전은 환타지라고 할 수 있겠죠. 심청전은 효심을 다룬 가족 휴먼드라마이면서 환타지라고 할 수 있죠.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인의 욕망과 취향이 더욱 다양화되면서 장르도 더욱 세분화됩니다. 네이버영화에서 영화를 구분하는 것만 봐도 10가지가 넘죠.

 

몇 가지 장르에 대한 해석을 좀 해볼까요. 스릴과 서스펜스의 차이를 헷갈려하실 수 있는데 사실 단순합니다. 캐릭터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요소를 관객과 캐릭터가 아느냐, 모르느냐인 거죠. 예를 들어 살인자가 쫓아오자 위협을 느낀 주인공이 도망을 친다. 그러면 관객도 캐릭터도 위협을 알죠. 이러면 스릴이 됩니다. 그런데 관객이 살인자인 것을 아는 인물이 주인공을 은밀한 공간으로 불러서 살해하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인공은 살인자인 것을 모른다. 그러면 주인공은 모르지만 관객은 알죠. 이러면 서스펜스가 되죠. 둘 다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인데요. 어느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이야기 전개에 적절함에 따라서 선택해야죠.

 

추리물은 관객과 진실게임을 하는 겁니다. 주로 소재가 살인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이야기의 확장성에 대해서 관대한 문화가 있는 사회에서 발전합니다. 때문에, 이야기 문화의 역사가 오래된 사회에서 발전하게 되는데요.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에서 애거사 크리스티나, 셜록 홈즈, 아서 코난 도일 같은 소설가가 나와서 추리 장르를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죠.

 

멜로와 로맨틱은 사랑을 소재로 한다는 면에서는 같지만 사실 장르가 가지는 세계관은 전혀 다른데요. 로맨틱은 말 그대로 로맨티시즘을 세계관으로 가집니다. 낭만주의인 거죠.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고 악한 사람도 자기성찰을 통해서 얼마든지 선하고 사회에 유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우리 사회는 살만한 가치가 있고, 우리의 미래는 발전적이고 노력을 통해서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로맨틱은 악한 사람도 그다지 밉지 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낭만주의는 밝고 경쾌함과 어우러지기 때문에 코미디 요소가 많이 들어가죠.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가 생겨난 겁니다.

 

멜로는 반대로 개인의 고통과 사회의 부정적인 요소를 다룰 때가 많습니다. 질투, 시기, 부정한 욕망, 사회의 계급화, 거기서 비롯된 계급차별, 복수, 인종차별, 빈곤, 죽음, 근원적인 고독 등을 소재와 주제로 사용하게 되는데요. 이런 이야기만을 다루면 흥미가 없고,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하니까 사랑을 넣는 거죠. 사랑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보편적이고 강한 욕망이니까요. 액션은 단순히 화려한 몸동작만 보여주는 장르같이 보이지만 그 근원을 보면 사필귀정을 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낭만주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정의는 이기고 불의는 진다는 단순하지만 이상적인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액션, 로맨틱 코미디, 휴먼드라마가 발전적이고 낭만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고 했을 때, 서스펜스 스릴러, 미스터리, 범죄, 사회드라마, 공포, 멜로는 삶의 고통과 사회의 부조리, 인간의 미완적 존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미디어시시비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