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병환] 시진핑의 방한이 외교 목표인가?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8 00: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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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시 주석의 답방을 ‘성취’ 해야 하는 외교 목표로 생각하고 국민들에 제시하는 한국 정부를 보고 중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당연히 한국을 쉽게 생각할 것이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하여 북미 대화가 재개되도록 하기 위해 중국 측의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 결과이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최대 외교 어젠다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바 있으나 아직 시진핑 주석이 답방하지 않은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지나칠 정도로 매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올해 시 주석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다라고 하였으며, 또한 8월 양제츠 정치국 위원, 11월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고위인사의 방한 후 발표를 보면 중국 측은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반해 우리 측 발표에는 매번 주요 사항으로 포함되었다. 금년 126일 한중 정상간 통화 후 청와대 발표도 그러하였다.

 

현대 국제관계에서 정상 간 상호 방문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양국 관계가 긴밀한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시진핑의 답방이 외교 관례상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왜 시진핑의 방한과 관련하여 중국 측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한중 정상 간 소통 또는 대화 기회가 방문 외에는 없어서일까? 그간 양국 정상은 접촉 기회를 적지 않게 가졌다. 2018년 두 차례 전화통화와 APEC 계기 정상회담, 2019G20 및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계기 두 차례 정상회담, 2020년에는 코로나 상황에서 2월과 5월 전화통화를 하였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정상 간 접촉에서는 덕담이나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논의의 심도에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의견교환을 하는 것이 상례이다. 앞서 살펴본 여러 기회에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거론하고 싶은 것을 거론할 수 있었고, 그랬을 것이라 믿는다. 결론적으로 현대외교에 있어 정상간 논의 또는 협의는 언제든지 가능하고 다양한 방법이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해 이러한 태도를 보이다 보니 일부 국내 매체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해 한중 외교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까지 하였다. 한중 외교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한다면 1992년 양국 간 수교 정도가 해당될 것이다. 시 주석의 답방을 성취해야 하는 외교 목표로 생각하고 국민들에 제시하는 한국 정부를 보고 중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당연히 한국을 쉽게 생각할 것이다. 이는 인간 심리의 차원에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한중 양측은 시 주석의 답방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로 코로나 상황을 들고 있는데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후 코로나 사태 발생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시 주석은 답방하지 않았다. 한국 측이 답방에 올인하는 것을 보고 중국 측이 여유를 부린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은 현재 대사관, 총영사관(출장소 포함 9), 그리고 무역관(22)까지 세계 최대의 대중국 외교인프라를 갖고 있는데 외교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기능은 주개국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 외교관들이 그러한 역할을 다했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에게 시진핑의 방한을 통해 사드 보복 조치의 해제를 요청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이를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려 하는 것 같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한국의 자위권 행사일 뿐이다. 미국이 사드가 아니면 중국의 전략전술무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할까?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반발에 대해 반박하기보다는 소위 3불 정책을 선언함으로써 외교안보 주권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중국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였는데 이러한 태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 많을 것을 요구하게 만든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리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하여 북미 대화가 재개되도록 하기 위해 중국 측의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 결과이다. 시 주석은 2차례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전후하여 김정은을 세 차례나 초청했고 자신이 평양에 가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이 배제된 채 혹시라도 북한이 미국과 깜짝 딜을 하지나 않을까 우려를 갖고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국내정치적 고려 또는 단기간 내 해결이 불가능한 북한 핵 문제가 잘 하면 국민들에게 해결의 길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에서 대중 외교를 펼치는 것 같다.

 

끝으로 국내의 중국에 대한 정서를 이야기하고 싶다. 과연 얼마나 되는 한국인들이 시 주석의 방한에 관심을 갖거나 고대하고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타격을 입은 일부 국내기업을 빼고는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 당국의 코로나 책임 회피와 K-culture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끄는 현상에 대해 시기하는 중국인들의 터무니없는 행태 때문에 최근 들어 국내적으로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다.

 

 

<필자 소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주러시아 대사관 경제공사 등 4차례에 걸쳐 11년 간 러시아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외교관이다현재는 각종 매체에 한·러 관계와 러시아에 관해 기고하고 있다.

 

 

▲ [신간] 한국 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 -박병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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