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병환]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해적인가?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3 00: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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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나포가 발생하자마자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으로 급파한 것은 부적절한 조치이다.

첩보에 따라 최영함에 한국 선박 호위 임무를 지시하였더라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왜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외교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상대방의 입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인데 상대방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대응하면 일이 꼬일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 최종건(왼쪽) 한국 외교부 1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이던 한국 케미호를 해양 오염 혐의로 나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바로 청해부대 최영함을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키고, 5일 외교부는 주한 이란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7일에는 외교부 아중동국장 일행이 이란에 도착하였으며 10일에는 외교부 1차관이 이란 방문차 출국하였다. 정부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질문을 던져 본다.

 

이란 측이 한국 선박을 나포한 목적 또는 이유를 놓고 1)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의 은행 계좌에 묶여 있는 석유 판매 대금을 받기 위한 압력 2) 조만간 예상되는 미국의 이란 핵 합의 복귀 협상을 앞둔 대미 메시지 3) 이란 내부적 요인 등 설이 분분하다. 첫 번째 설명은 2019년 이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내 은행에 묶여 있는 원유 대금(70억달러)를 풀어 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작년엔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도 보냈으나 한국 정부가 아직 이란 측이 수용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를 고려하면 이란 측의 행동을 설명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양국 간 논의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그런데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4일 한국 선박 나포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문제는 전적으로 기술적인 것이며 예외적인 사건도 아니며 유사한 일들이 전에도 발생한 적이 있다라고 입장을 밝힌 데 이어 6일에는 한국에 대해 이성적으로그리고 논리적이고 책임감 있게이 문제를 다룰 것을 촉구하면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하였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 이란 측이 내심을 숨기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만 생각하는데 과연 그런가?

 

 

이란 측의 반응은 한 마디로 이란 혁명 수비대가 테러 단체나 해적인가의 질문이라 하겠다. 한국 정부가 나포가 발생하자마자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으로 급파한 것은 부적절한 조치이다. 첫째, 최영함 배치는 이러한 상황 발생 시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상 섣부른 조치이다. 이란 측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양국 정부 당국자간 논의와 협상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무력과시적인 군함 배치는 19세기적 사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 국내 일각에서는 최영함 급파는 외교부의 협상 입지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한국 군함 1척이 이란 인근 해역에 배치되었다고 이란 측이 압박감을 느낄 것인가? 그런 고려였다면 한 마디로 순진한 행동이었다고 생각된다. 셋째, 군함을 인근 해역에 보낸 것은 이란 측이 압박을 느끼기보다는 강한 반발을 초래하여 협상이 시작도 되기 전에 분위기를 악화시켰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무시해버린 이란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가운데 한국이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는 대목은 양국 정부가 대화하기도 전에 군함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출동시킨 행동의 부적절함을 지적한 것으로 생각된다.

 

군함 출동과 관련하여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이미 지난달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 가능성을 보고받았다는 점이다. 만일 첩보에 따라 최영함에 한국 선박 호위 임무를 지시하였더라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왜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또한 이란 측에서 나포 사태의 성격이 전적으로 기술적인 것으로서 문제가 이란의 국내법에 따라 처리될 것임을 시사하고 한국 측의 외교적 방문이 필요 없다고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 대표단을 보낸 것은 과연 적절한 대응일까? 오히려 이란 측을 자극하는 역효과가 있을까 우려된다. 이번 사태와 관계없이 외교부 1차관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이란 측에 1차관의 방문을 앞당겨 한국 선박 나포 건도 논의할 것을 요청하였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우리 국민이 승선하였고 우리 국적인 선박이 나포되면 신속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6일 이란 외교부 대변인이 해운항만당국이 선박과 선원에 대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며 이에 관해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였으므로 선원과 선박의 안전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미 우리 공관원들이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이란 측이 기술적인 사안으로 법절차에 따라 처리한다고 하는 만큼 일단 선주회사의 대응을 최대한 지원하면서 차분히 정부 간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맞는 대응일 것 같다. 물론 선원과 선박이 조기에 풀려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하겠다.

 

이란 측이 적어도 겉으로는 이번 한국 선박의 나포와 이란의 석유판매 대금 동결 해제와 연계되어 있음을 부인하는 상황에서는 한국 정부가 지레짐작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일단 영사사건으로 접근하는 것이 의외로 문제의 조기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 끝으로 외교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상대방의 입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인데 상대방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대응하면 일이 꼬일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 ) 주 러시아 공사 

 

 1985년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부 근무를 시작하였으며 2016년 주 러시아 대사관 공사를 끝으로 퇴직하였다. 해외 근무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하였으며, 러시아에서 총 4차례에 걸쳐 약 11년간 근무하였다. 퇴직 후에는 <내일신문 >, <프레시안 >, , <모스크바 프레스 >, 러시아 언론 <Взгляд> 등에 한-러관계 및 러시아에 관하여 기고하였다. 저서로는 <시베리아 개발은 한민족의 손으로 (2009), <한국 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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