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결코 팔을 갖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새의 몸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른다.
-현대인들은 창의성의 작동 원리인 거울 신경계가 마비되어, 누군가가 편집한 정보만 편식하는 인간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성공한 조직의 쇠퇴 원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
인간의 삶에서 불확실성 자체를 제거할 수 없듯 위기 자체를 회피할 수 있는 조직은 없다.

1
오늘 아침도 이정민(데비 리)이라는 분의 책, <<인생의 폭풍 속에서 춤을>>을 계속 읽고 공유한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선자는 남편을 억울하게 잃고, 당장 일하지 않으면 내일부터 아이들과 굶을 수도 있는 벼랑 끝의 상황 앞에서 결연히 일어나 돈을 버는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실제 우리는 그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선자는 그 순간 그녀가 할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일, 엄마에게 배웠던 김치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올 때 엄마가 주셨던 은반지를 팔아 하루치 김치 재료를 사서 담근 뒤 장사를 했다. 김치가 팔리면 그 이익으로 다시 그다음 날 재료를 사는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며 그녀는 아이 둘과 자신을 오랫동안 먹여 살린다.
이 소설에 나오는 선자보다 상황이 나은 사람은 자신의 삶을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선자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 하늘에 기도만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부단히 일어서는 사람이었다. 선자처럼, 포기하면 안 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비밀병기가 있다. 자신의 삶 속에 숨겨져 있는 그 보물은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다음은 13세기 페르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신비주의 시인인 잘랄루딘 루미가 썼다는 시이다.
이 문제 많은 세상을
인내심을 가지고 걸으라.
중요한 보물을 발견하게 되리니.
그대의 집이 작아도, 그 안을 들여다보라.
보이지 않는 세계의 비밀을 찾게 되리니
나는 물었다.
"왜 나에게 이것밖에 주지 않은 거죠?"
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이것만이 너를 저것으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바로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길 끝에 있는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모든 작가들이 진정한 작가가 되기 전에 미완의 작품을 수없이 완성해야 하고, 모든 새가 우아하게 날 수 있기 전에 어설픈 날개를 파닥여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정을 거치려 하지 않고, 우리는 삶에게 묻는다. "왜 나에게는 이것밖에 주어지지 않은 거야." 하고.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답한다. "이것만이 너를 네가 원하는 것에게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삭임을 듣지 못할 때, 우리는 세상과의 내적인 논쟁에 시간을 허비한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자신이 결코 팔을 갖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새의 몸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른다.
지금 '절벽 끝"에 몰려 있다고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갑자기 절실하게 만든다. 그 중요한 순간에 생명력이 솟고 우리는 신이 토해내는 숨결이 된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도망칠 곳은 없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 하늘을 만들고 자신도 몰랐던 날개가 돋는다. 무엇인가 절실하게 갈구한 모든 순간이 날개였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가는 실이라도 묶인 새는 날지 못한다. 새는 자유를 위해 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 자체가 자유이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도 날개를 펼치고 있는 한 바람이 데려간다. (류시화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얻은 생각들이다.
2
나는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하려고 틈만 나면 맨발 걷기를 한다. 집 가까운 곳에 좋은 장소를 알아 두었다.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지고 경이로운 일인지 모른다. 맨발로 걷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된다. 우리가 걷는 것은 건강 때문만이 아니다. 걸으면, 그토록 원했던 활력과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이 생긴다.
잘 늙어가려면, 균형 잡힌 삶을 살아야 한다. 그냥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며 살 것인가? 다 옳은 말이기 때문에 균형이 필요하다. 예컨대, 나이 먹어가며 몸이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것의 속도를 낮추고, 균형 있게 늙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균형 잡힌 식사라고 본다. 그리고 식탁에서 먹는 즐거움과 기쁨이 중요하다. 즐겁지 않게 먹으면 오히려 더 살이 찐다.
그리고 구부정한 자세로 책상에 앉아만 있는 우리에게 허리를 곧추세운 직립 자세로 걷는 것도 균형 있는 삶의 지혜이다. 걸으면 우리 몸에서 피가 순환되면서 머리는 차고 손발은 따뜻해지는 ‘두한족열(頭寒足熱)’로 몸이 살아나는 신호를 보낸다. 게다가 이 신호와 함께 온갖 번뇌가 가라앉으며 맑아진 머리는 그동안 실타래처럼 엉킨 보이지 않았던 삶의 방향이 보인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그동안 마음속에 뭉쳐 있었던 증오도 발바닥으로 내려가 자연 속으로 스며들고, 가슴에 넉넉한 자연의 바람이 스며든다. 걷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균형 잡힌 삶을 위한 치유의 방법이고 명상이다.
오늘 아침은 "두한족열" 이야기를 좀 더 해 본다. 머리는 차고 발이 따뜻하다는 말이다. 방안의 공기도 방바닥이 따뜻해야 공기의 순환이 잘 이뤄지듯이, 우리 몸도 발이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운 상태라야 기의 흐름이 잘 이루어진다는 거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따뜻한 차를 즐기고 머리는 잡스런 생각을 줄이고 발은 일을 많이 시키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맨발 걷기를 하는 거다. 자기 집에 가까운 곳을 찾아서 좀 깨끗한 흙 길을 반복해서 약 40분에서 50분 맨발로 걷는 거다. 그러면 발이 하루 종일 따뜻하다.
우리 몸에는 찬 기운과 따뜻한 기운이 함께하며, 서로 상하로 순환하면서 우리 몸에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거다. 이때 위로 찬 기운이, 아래로는 따뜻한 기운이 유지되어야 기의 흐름이 좋은데, 반대로 머리가 뜨겁고 아래의 발쪽이 차면 기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해 몸 전체의 기운이 약화되어 질병으로부터 방어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거다. 동의한다. 수승화강(水丞火降)의 원리이다. 물(水)의 찬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불(火)의 따뜻한 기운은 아래로 내려오게 하는 거다. 우리나라의 온돌 난방의 비밀이기도 하다. 어른들에 의하면, 손발이 차면 몸에 흐르는 기운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라 했다. 반면 손발이 따뜻하면 기혈 순환이 잘 되며, 근육과 피부에 탄력이 생기고 윤기가 난다. 실제로 맨발 걷기를 한 후, 그런 현상을 직접 체험한다. 손발이 따뜻하고, 몸에 에너지가 충만한 것을 느낀다. 맨발 걷기를 통한 두한족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동네 한의원 원장에 따르면, 머리에 열이 올라 생길 수 있는 증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질병은 투통이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머리로 열이 올라 두통을 일으키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안구건조증도 상체로 열이 올라서 생기는 증상 중에 하나라고 한다. 안구건조증은 아랫부분보다 위쪽부터 따뜻하게 하는 온풍기가 일상생활에 다량으로 보급되면서 더욱 많아졌다. 실내에서 일상생활 하는 사람들은 다리부터 따뜻하게 되는 게 아니라 머리부터 따뜻해져 두한(頭寒)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난치성 질환 중 하나인 탈모도 頭寒(두한)이 잘 안되어서 생기는 증상이다. 물론 탈모는 다른 여러 원인으로도 올 수도 있지만, 머리 쪽에 열이 오르면서 가뭄에 벼가 말라 잘 살지 못하듯이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로 잘 자라지 못하고 빠지게 된다.
그다음, 足熱(족열)이 안 된 현상, 즉 하체가 차가워져서 생기는 증상은 더욱 많다. 먼저 여자분들이면 누구나 아파본 적 있는 생리통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옛날에는 여성들이 아궁이에 직접 불을 때서 가마솥에 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힘들 긴 했지만, 아궁이에 불을 때는 동안에는 따뜻한 온기를 하체 쪽으로 받기 때문에 자궁질환이 덜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요즘에는 미니스커트, 짧은 팬츠와 같은 패션을 즐겨 입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하체 및 자궁으로 차가운 기운이 많이 가게 되어서 생리통을 심하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또한 방광염도 하체가 차가워져 생기는 질환이다. 추운 곳에 오래 있었을 때 소변을 자주 가게 되는 경험이 있으실 것이다. 하체가 차가워지면 소변 횟수가 증가하고 방광 쪽으로 도는 혈류 순환이 원활해지지 못해서 방광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설사나 변비도 다 하체가 차가워져서 생길 수 있는 증상이고, 무릎 관절염 역시 하체가 차가워지는 분들에게 더 쉽게 발생 할 수 있다.
3
'생각은 잊지 못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생각은 가슴이 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말이다. 생각은 머리가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한다. 우리의 일상은 보고, 듣고, 말하며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간다. '심상사성(心想事成)'이란 말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뜻이다. 우리가 목표와 희망을 갖고 그것에 대한 끝없는 믿음을 가질 때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은 마음이 모든 것을 지어낸다는 뜻이며,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란 말은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면 어떤 일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 신영복 교수의 <<처음처럼>>이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글을 만난 적이 있다.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현장이며 숲입니다."
현대인들은 핸드폰에서 무슨 정보든지 캐낼 수 있다. 이 편리함이 오히려 현대인들에게 실(失)이 되었다. 핸드폰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해 주는 문명의 이기(利器)이고, 동시에 그들을 자신의 정보로 시야를 가리는 색안경(色眼鏡)이다. 자신이 보고자 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혹은 그 대상 안으로 들어가 대상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킨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달리,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을 오랫동안 관조하여, 그 대상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생각하려는 ‘거울 신경계’를 뇌 속에 장착하였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창의성의 작동 원리인 거울 신경계가 마비되어, 누군가가 편집한 정보만 편식하는 인간이 되었다.
4
어떤 시대라도 삶의 본질은 같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이나 고대의 경전을 읽는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의 글에서 얻은 생각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통찰했다. 역사란 화석화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앞날을 조망하는 미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를 비추고 미래에 대처하는 안목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석기 시대의 도구인 돌멩이가 디지털 시대의 AI 스마트폰으로 변했지만, 삶의 본질은 동일하다. 수천 년 역사의 수많은 사례가 21세기 글로벌 경제 환경과 디지털 AI 시대에도 '생동하는 현재성'의 원천이다. 소위 고전의 반열에 오른 고대의 경전, 교훈서, 역사서 등이 지금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다. 역사는 말한다. 세상은 '탄생-성장-안정기-발전-쇠퇴'의 5단계를 거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공한 조직의 쇠퇴 원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조직인 국가, 기업, 종교 단체 등도 유기체처럼 '탄생-성장-안정기-발전-쇠퇴'의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과 위기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적이다. 다음과 같은 통찰들이 가능하다.
▪ 새로이 출발하는 조직은 방금 세상에 나온 신생아와 같은 취약한 상태에서 자신만의 생존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기반이 구축되고 안정기에 들어서면 성장통과 내부 분열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온다.
▪ 성장과 발전 단계에선 기존 질서를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경쟁자들과 사활을 건 싸움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확장에 성공한 조직의 적은 바로 그 자신이다.
▪ 세상에 영원불멸한 존재가 없듯 아무리 번영하던 조직이라도 언젠가는 쇠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내부 혁신으로 번영을 연장하고 쇠퇴를 늦추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조직의 성장과 발전은 위기 극복의 연속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 각 단계별로 찾아오는 위기는 조직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성장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게 마련이다. 인간의 삶에서 불확실성 자체를 제거할 수 없듯 위기 자체를 회피할 수 있는 조직은 없다. 다만 성공하는 조직과 실패하는 조직은 위기에 맞서고 극복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통찰이며, 위기를 피하지 말고 위기를 장악해야 한다. 역사를 통째로 읽어낼 때만 우리는 지금 벌어지는 현상을 사건이 아니라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구조를 읽을 때 비로소 위기를 통제할 수 있는 시야가 열린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인간은 자기가 살았던 시대의 위기를 다른 어느 시대의 위기보다 가혹하게 느끼는 성향이 있다"라고 갈파했다. 현재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겨 내고, 각자 처한 상황을 객관화해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올바른 방향을 도출해 공동체 전체가 뭉쳐 생존과 도약의 기회를 찾아 나가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하략(下略)>
다른 글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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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한표 교수 |
<필자 소개>
박한표 교수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겸임교수 )
공주사대부고와 공주사대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석사취득 후 프랑스 국립 파리 10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 프랑스 문화원 원장, 대전 와인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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