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박원순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5-10-19 08: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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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캔버스로 삼은 예술이자 수학·과학·건축이 얽힌 문명의 집결체’
-산업혁명 이후 도시 정원은 식량 부족과 빈곤 문제 해결을 넘어,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 의식 형성에 기여
-“정원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인간성 회복과 생태계 복원의 출발점”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 실장이자 국내외 유수의 정원을 설계해온 가드너 박원순 씨가 국내 일간지 연재칼럼 박원순의 도시의 정원사를 재구성한 책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은행나무)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정원이 인류 역사 속에서 권력·미학·철학과 어떻게 교류해왔는지, 현대 사회에서 도시와 환경 문제에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지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영국 첼시플라워쇼 수상 디자이너 황지해는 이 책을 두고 정원의 비밀이 인간다움과 생태적 양심을 일깨운다고 평했다.

 

저자는 정원을 땅을 캔버스로 삼은 예술이자 수학·과학·건축이 얽힌 문명의 집결체로 정의한다. 고대 에덴동산부터 타지마할, 베르사유 정원까지, 정원은 권력자의 야망, 철학적 사유, 사랑의 상징으로 변모해왔다. 예를 들어, 샤 자한이 아내를 추모하며 세운 타지마할은 사랑을 구현한 건축물이었고,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정원은 기하학적 질서로 왕권을 과시했다. 동시에 정원은 사색과 창조의 원천이었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말한 바이오필리아(생명 사랑)’ 본능을 충족시키며, 도시인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개인적 소유물에서 공공 공간으로 진화한 정원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 정원들은 원래 귀족의 사유지였으나, 근대 이후 시민 모두를 위한 휴식처로 재탄생했다. 현대에는 커뮤니티 가든, 온실 정원, 어린이 정원, 무장애 정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사회적 약자까지 포용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도시 정원은 식량 부족과 빈곤 문제 해결을 넘어,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 의식 형성에 기여해왔다.

 

오늘날 인류는 지구 면적의 5%에 불과한 지역에 인구의 55%가 밀집해 살아가며 자연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원은 환경적·심리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며, 우울증과 트라우마 같은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는 효과도 입증됐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 샹젤리제 거리의 녹지화 프로젝트처럼, 세계 주요 도시들은 녹색 공간을 확대하며 탄소 중립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저자는 과거 도시가 정원을 만들었다면, 이제 정원이 도시를 품어 인간 삶의 질을 높인다고 강조한다.

 

책은 4부에 걸쳐 정원의 진화를 조망한다.

 

1장은 에덴동산부터 무릉도원까지, 정원이 인류의 이상향과 철학적 사유를 담아온 궤적을 추적한다. 2장은 수학적 비례와 생물 다양성을 아우르는 정원의 예술적 가치를 분석한다. 3장은 개인적 공간에서 공공 공간으로, 다시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4장은 이끼와 고사리 같은 원시 식물의 생태적 중요성을 재해석하며, 기후 위기 시대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정원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인간성 회복과 생태계 복원의 출발점이라 강조한다. 작은 화분 하나가 도시인에게 자연과의 연결고리를 제공하고, 이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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