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별기고] 체코전 역전승으로 떠 오르는 축구 반세기

김백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3 11:34:2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팬다이머 김현원

 

멋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고 역대 월드컵들은 단일 국가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번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었다. 본선 진출 팀의 숫자가 확대됨에 따라 개최비용도 늘어나면서 웬만한 부자나라가 아니면 단일 국가 개최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었다. 

 

2002년 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를 넘어서 이번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3나라에서 열려서 북중미 월드컵으로 불린다. 이전의 32개국 출전 월드컵에 비해서 월드컵 본선의 문턱은 넓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월드컵 본선에서 상위권으로 진출은 더욱 힘들어졌다. 예전 지역 예산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한 32강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팀도 꽤 있었지만 본선의 예선 각조를 통과해야 (예선 1, 2위와 3위팀 중 8개팀) 32강은 이미 실력이 어느 정도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은 체코 멕시코 남아공과 같은 조가 되어 3경기를 멕시코에서 치르게 되었다. 6월12일 한국은 체코와 첫 경기를 치른다. 1930년 첫 번째 월드컵 이래 체코는 2번이나 준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필자가 처음 월드컵을 지켜본 첫 경기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체코와 브라질과의 경기였다. 체코는 선제골을 넣었지만 당시 사상 최강으로 알려졌던 막강한 브라질에게 1:4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그 당시 월드컵을 처음 접한 나에게 체코의 선제골은 체코를 매우 강한 팀으로 각인시켜 주었다. 

 

한국과 체코와의 총 전적은  6전 2승 2패로 팽팽하다. 대부분 호각의 경기였지만 2001년 히딩크 팀이 전략과 기술을 쌓아 가던 중 당한 5:0 패배는 히딩크에게 오대영이라는 별명을 안겨주었고, 한국에도 충격이었다. 하지만 히딩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신화를 만들며 체코와의 경기는 잊혀졌다. 

 

1970년대 한국 축구대표팀은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컵과 태국의 킹스컵에서 우승해서 카퍼레이드를 하곤 했다. 반면 탈아시아를 외치던 일본은 경제적으로 후진적인 아시아의 한 국가로 불리우는 것이 싫었을 뿐 아니라 축구에서도 아시아의 경기에는 전혀 참가하지 않았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예선전 외에 일년에 한 번씩 한국과 일본의 정기전에 참가할 뿐이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일본 축구는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탈아시아에 성공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역대 한일전에서의 전적에서 한국은 일본을 압도하였다.

 

일본을 이어 한국도 경제적으로도 스포츠에서도 아시아권을 벗어나게 되면서 아시아권의 축구대회에는 전혀 참가하지 않게 되었고 실제 올림픽이나 월드컵 예선에만 참가하게 되었다. 한국은 1986년 이후 월드컵의 단골손님이 되었고 2002년 4강의 신화를 이루기도 했다.-

 

2026년 6월 12일 북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만난 체코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한국팀이 전체 점유율이 6:4정도로 우세하였고 전반적으로 한국이 우세해 보였지만 결정적 찬스가 양 팀에 없었기 때문에 전반은 재미없어 보였다

 

하지만 후반전 곧 반전이 이루어졌다. 평균신장 189cm의 장신인 체코팀의 사이드라인에서의 긴 드로인 공격이 체코의 헤딩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이 의외의 실점을 당했다. 우려했던 장신을 이용한 세트피스에 당했다.   

 

김민재가 가운데서 센터백으로 지키는 한국의 수비는 탄탄해서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황인범의 동점골이 터졌다. 황인범은 부상으로 월드컵최종 명단에서 탈락할 수도 있었는데 살아남았다. 이강인의 수비진 사이로 집어 넣어준 패스를 받은 황인범은 바로 골키퍼와 마주하면서 직접 슛이 힘드니까 한번 제낀 후 골밑을 톡 근드리는 칩슛을 했다. 골의 궤적은 골대 밖으로 나가는 방향이었으나 칩슛은 바운드되면서 골라인 안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손흥민은 수비수를 여럿 끌고 다니면서 수비 뒷 공간을 공략했다. 본인이 6개의 슛을 했지만 그의 슛은 골문을 외면했다. 하지만 손흥민으로 인하여 다른 한국의 공격수에게 찬스들이 만들어졌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지친 손흥민은 후반 24분 오현규와 교체되었다.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인 손흥민은 그가 왜 세계적인 스타임을 증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손흥민의 교체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교체된 오현규는 황인범의 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적절한 선수교체는 결국 한국팀의 행운이었다. 최근 대표팀에서 손흥민 다음으로 많은 골을 기록했던 오현규는 오늘 38도의 발열 상태로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오른쪽에서 바로 넣어준 황인범의 패스에 몸을 날리면서 골망을 흔들면서 2:1 극적인 역전승의 주인공이 되었다.  

 

오현규가 역전골을 넣기전에 프리킥 상황에서 체코는 한국의 골망을 한번 더 흔들었다. 좌절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그 골은 오프사이드로 노골로 선언되었다. 그리고 바로 일 분 후 오현규가 역전골을 넣었다. 지옥과 천당을 왔다 갔다 한 순간이었다.  

 

골을 넣은 선수들외에  여러번 위력적인 슛들을 기록한 손흥민을 비롯한 공격수와 흔들리지 않는 빗장 역할을 잘 수행했던 김민재를 비롯한 수비수들도 자기의 몫을 다 했다. 특히 이강인도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수비사이로 위협적으로 패스를 찔러 넣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축구에서는 골을 넣는 것 못지않게 골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골키퍼 김승규는 골을 먹었구나 하고 한탄이 나오는 순간에 볼을 걷어내는 결정적인 2개의 수퍼세이브로 승리를 지켜내었다. 영국 언론은 1970년 월드컵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브라질과 영국의 경기에서 전설적인 골키퍼 고든 뱅크스가 만든 수퍼세이브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펠레는 이 세이브를 사상 최고의 세이브라고 격찬한 바 있다.

 

예전 한국팀의 평규신장이 1970을 갓 넘었던 시절도 생각났다. 한국 최고 공격수의 신장이 165cm가 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포르투갈의 전설적인 선수 에우제비오가 소속된 벤피카가 내한했을 때 한국은 5:0으로 초토화된 적 있었다.

 

국가대표 2진라고 할 수 있는 백호팀은 5:0, 1진인 청룡팀은 1:1.- 청룡과 백호팀 바로 이전 국가대표 팀의 스폰서가 양지에서 일한다는 중앙정보부였고, 그래서 국가 대표팀을 양지팀이라고 불렀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이다.

 

벤피카의 토레스라는 선수의 신장이 190cm 정도였는데 막을 방법이 없어 보였다. 현재 한국 국가 대표의 신장은 체코에 비해서 낮지만 한국팀의 평균 신장도 184cm에 달해서 웬만한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수비의 대들보 김민재는 신장이 190cm이고 많은 선수가 김민재에 못지 않다

 

필자가 어릴 때 한국 청소년의 평균키가 일본에 비해서 한참 뒤졌었다. 그런데 필자가 영국에 있을 때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이 한 때 왜놈(small guy)라고 부르던 일본에 비해서 영양부족으로 평균키가 적었는데 그 때 한국 청소년의 평균키가 일본 청소년의 평균키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그 컬럼의 주제는 중소기업 위주의 대만에 비해서 무조건 크게 벌리고 나아가는 한국에 대한 내용이었다. 

 

당시 나는 일본에 비해서 평균키가 작았던 한국에서 자란 그 당사자였다. 당시 일본에 비해 모든 것이 뒤져 있는 것 같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열등감으로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한국인의 평균키가 원래 일본에 비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새롭게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체코와의 대결에서 평균 신장도 그리 작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체력은 더 뛰어나 보이고 기술적으로도 유럽의 강호 체코를 압도하는 한국팀을 바라보면서 거의 세계 최빈국에서 자랐던 필자로서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는데 조금이라도 일조를 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멕시코와 남아공과의 일전이 남았다. 체코와의 첫단추를 꿰어서 32강은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는 실력과 운이 겸비되야 이긴다. 부디 운도 우리와 함께 해서 16강 뿐 아니라 그 이상까지 이루기를 바란다.    

 

※팬다임은 편견없는 과학을 의미하는 필자가 만든 신조어이다. 팬다이머는 필자의 영어식 호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미디어시시비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포토뉴스